한-미연구팀, 17개국 3만명 조사 하루평균 수면시간 11시간 53분… 서양 아기들보다 1시간 더 못자 TV시청 등 부모가 늦게 자는 탓… 평균 밤 10시 넘어야 잠자리에
안영민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한국의 영유아 1036명을 포함한 전 세계 17개국 3만 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을 비교 조사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 2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영유아를 △한국 △한국 이외의 아시아 △서양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의 수면 시간을 비교했다. 한국 영유아의 하루 평균 총 수면 시간은 11시간 53분으로 아시아의 12시간 19분, 서양의 13시간 1분보다 짧았다. 총 수면 시간에는 밤잠은 물론이고 낮잠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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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한국의 영유아 수면 습관이 이처럼 나타난 것은 TV 시청 등으로 부모가 늦게 자고, 부모와 함께 자며, 밤중에 수유하는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한국 영유아 중 독립된 방에서 따로 자는 비율은 5.5%인 반면 서양은 그 비율이 66.2%에 달했다. 한국에선 또 30.6%가 부모의 방에서, 63.9%는 부모의 침대에서 함께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구에서는 부모의 방이나 침대에서 함께 자는 영유아는 각각 21.3%, 12.5%였다. 영유아가 부모와 같이 자야 그렇지 않을 때보다 발육이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안영민 교수는 “이 시기 수면의 질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오후 9시 이전에 반드시 재우는 등 수면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부모와 같이 잘 때 아이에게 충분한 잠자리 공간을 마련해줘야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청소년이나 성인의 수면 시간 역시 적은데, 이를 영유아 시기의 수면 습관과 연계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