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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찰 중단한 김정은… 추가도발 앞두고 동선 숨기는 듯

입력 | 2016-02-20 03:00:00

[北 테러 위협 고조]
핵실험뒤 미사일참관 빼곤 평양에… 행사 2015년의 절반 ‘노출 최소화’
노동신문 단체사진 조작 의혹도… 金 “우주과학 부문 당대회 빛내야”
5월 이전 미사일 추가 발사 시사




깃발 펄럭이는 방향 다르고 7장 배경 똑같아… 사진합성 가능성 북한 노동신문이 19일 김정은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 발사 관계자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게재한 사진. 촬영 일자는 밝히지 않았다. 궁전 옥상에 있는 인공기와 건물 양쪽 끝에 보이는 인공기, 노동당기가 펄럭이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이 다른 관계자들과 같은 장소에서 찍었다며 게재한 7장의 기념사진 모두 배경이 똑같았다. 단체 사진을 다른 장소에서 찍은 뒤 궁전 배경과 합성했을 가능성이 나온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월 6일 4차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좀처럼 평양을 떠나지 않고 있다.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을 위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를 찾았을 때를 제외하곤 평양에만 머물고 있다. 김정은이 잇단 고강도 도발 이후 동선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한미 등의 제재와 군사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테러를 비롯해 추가 도발을 진두지휘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5월 36년 만에 열리는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3, 4월에 테러나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동선 노출 최소화한 김정은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의 공개 행보 횟수는 핵실험 이후 19일 현재 총 10번이다. 대부분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축하를 위한 평양 행사에 집중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양에서 먼 동해 쪽인 강원 원산 등 지방 군부대를 누비던 것(1월 10번, 2월 11번)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 발사 관계자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4개 면에 걸쳐 사진 7장을 게재했지만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다. 궁전 옥상의 인공기와 앞쪽에 있는 인공기, 노동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방향이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속 인물들과 배경의 조화도 어색해 실제 촬영 장소가 다른 곳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정은이 홀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데 이어 동선을 숨기는 모습이 역력한 것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체제 붕괴까지 거론한 만큼 김정은도 그 의도와 목표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고강도 도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동선이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해서도 위협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논평에서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면 우리(북한) 주변국의 1차적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주변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가리킨다. 한미일-북중러의 갈등 구도를 선동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16일 국회 연설에 대해 북한은 19일 첫 반응을 내놨다. 북한의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개성공업지구에서 나오는 돈은 그야말로 부스럭돈(얼마 안 되는 돈)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3, 4월 테러나 도발 가능성

국정원은 북한의 테러 유형을 △사이버 공격 △국민 신변 위해(危害) △다중이용시설 및 국가기간시설 테러 등 3가지로 나눈 뒤 각각 2개 방안을 마련해 18일 새누리당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이전의 핵실험 이후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점을 감안해 3, 4월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영환 부원장은 “5월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맞았다고 선전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관계자들에게 국가 표창장을 줄 때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을 다친 듯 살색 테이프를 감고 나온 김정은은 “실용위성을 더 많이, 더 빨리, 더 통쾌하게 쏘아 올리라. 당 7차 대회를 빛내는 데 우주과학 부문이 기치를 들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7차 당 대회 전에 추가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윤완준 zeitung@donga.com·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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