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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자 가로막힌 양재-우면동에 ‘규제 해제 R&D특구’

입력 | 2016-02-18 03:00:00

[투자활성화 대책]
정부,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삼성전자, KT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연구소가 밀집한 서울 서초구 양재·우면동 일대가 지역특구로 지정돼 ‘기업 R&D 집적단지’로 조성된다. 민간기업의 신산업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최소한의 금지사항 외의 모든 활동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규제심사 제도도 도입한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1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투자활성화대책을 보고했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각종 지원책을 통해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3년간 50조 원의 투자가 이뤄지고 5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고 다 푼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산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네거티브’ 원칙을 전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규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 네거티브 방식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규제를 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원칙적으로 모두 규제하고 일부만 허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기업 투자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로 의심되면 정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없애는 게 아니라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할 경우 ‘규제 프리존’이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규제 프리존이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 지역별로 특화사업을 선정해 덩어리 규제를 한꺼번에 푸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규제심사를 위해 민간전문가로만 구성된 신산업 투자위원회를 만들어 원칙적으로 모든 규제를 풀어줄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산업 투자와 관련된 규제사항을 일괄 접수한다.

○ 원포인트 수도권 규제 완화

정부는 기업들이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관계기관 협의가 지연되거나 규제에 가로막히는 바람에 가동되지 못한 기업투자 프로젝트 6건의 지원안도 확정했다. 이 중 5건이 수도권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의 핵심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놔둔 채 수도권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원포인트 규제 완화’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서울 양재·우면 일대 땅 33만 m²를 올 10월까지 지역특구로 지정해 R&D 시설 입주를 위한 각종 특례를 인정한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된 초창기 시절만 해도 이 지역은 서울 외곽의 대표적인 ‘한적한 동네’라 양곡도매시장, 화물트럭터미널 등 넓은 땅을 필요로 하는 시설들을 세우기 적합했다. 이에 맞춰 당시 만든 낡은 규제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투자를 가로막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들어서는 한류 문화콘텐츠 시설인 ‘K-컬처밸리’ 사업에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관광·문화시설 용도로 공유지를 사용할 경우에도 대부 기간을 기존 5년에서 최대 20년까지 늘려줄 계획이다. 고양시가 덕양구 강매동 행주산성 인근에 추진하는 ‘자동차 서비스 복합단지’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지침을 고쳐 사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또 경기 의왕 산업단지, 충남 태안 타이어 주행시험센터를 만들기 위한 토지 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경기 안성 등 농업진흥구역 저수지 39곳에 수상 태양광발전 시설과 부대시설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새만금 지역을 규제 프리존으로 만들고, 외국인 투자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최대 100년간 새만금 국·공유지를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제자유구역 중 국내 기업에도 이 같은 혜택을 주는 건 새만금이 처음이다.

이번 대책에는 중장기 정책과제가 많은 탓에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 과제가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117개에 이르는 정책과제 중 법률 제정 및 개정 사안이 21개에 이른다. 4월 총선과 쟁점 법안 처리 문제로 인해 국회가 개점휴업인 상태에서 신속한 법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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