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스트
이번에 검출된 파동의 ‘소리’도 공개되었습니다. 우주의 대부분이 진공 상태이니 이 소리가 실제 음파로 퍼져나간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진동수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파 영역에 있어서 바로 소리로 재현해낼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공개된 소리를 들어보니 우주의 고동 소리를 듣는 듯, 신비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우주의 운동을 소리로 표현하겠다는 야심은 옛 작곡가들에게도 있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천인(千人) 교향곡’이라고도 불리는 교향곡 8번을 작곡하면서 친구인 지휘자 멩엘베르흐에게 이렇게 써서 보냈습니다. ‘우주가 처음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엄청난 울림을 상상해 주십시오. 이 작품에서 연주되는 소리는 인간의 소리가 아니라 태양의, 그리고 우주의 소리입니다.’ 그러나 말러가 이 작품에서 우주의 모습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에 대한 자신감을 이같이 표현한 것입니다.
우주와 음악 하면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1918년)을 빼놓을 수 없겠군요.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지구를 제외한 행성 7개의 신비를 작곡가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해 묘사했습니다. 곡 중에서 ‘목성’은 1980년대 일본과 한국에서 뉴스 시그널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명왕성은 발견되지 않아 작품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 명단에서 제외되었으니 태양계 행성의 실제 숫자와 홀스트가 음악으로 묘사한 숫자가 우연히도 딱 맞는 셈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