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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노인들이 겪은 근현대사 들려줍니다”

입력 | 2016-02-16 03:00:00

대구 중구 ‘생애사 열전’ 사업 결실… 일제강점기부터 산업화 시대까지
4년간 66명 체험 담은 책 61권 출간




대구 중구 향촌문화관 생애사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최근 발간된 책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가 펴고 있는 ‘생애사 열전’ 사업이 결실을 보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30년 이상 중구에 사는 70, 80대 노인들이 겪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 시대를 책으로 엮고 있다. 4년간 66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61권을 만들었다. 이번 참여 대상은 옛 중구를 기억하는 대구 시민으로 넓혔다. 문학 미술 사진 음악 부문 등의 원로 예술가들도 함께했다. 책은 대구지역 도서관과 대학,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비치해 근대 중구의 생활 문화 연구에 활용한다.

최근 저자가 된 16명은 향촌문화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대부분 직접 글을 쓰고 일부는 대학원생 등이 구술 방식으로 정리했다. 격변기의 생활 정치 종교 교육 등의 모습을 담았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김상태 씨(78·여)는 1950년대 방직공장에서 일하며 대구에 정착한 이후의 삶을 사진과 함께 ‘섬유의 역사, 그 씨날줄의 기억’(115쪽)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1950년대 20대 시절을 보내며 향촌동과 종로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상배 씨(79)는 ‘반듯한 삶, 멋진 글씨’(216쪽)를 통해 일제강점기 학교 풍경과 광복 모습, 6·25전쟁 직후 중고교 시절을 정리했다.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100년이 넘은 그릇 가게를 운영하는 김현수 씨(74)는 ‘대광유기, 가난과 차별을 극복한 삶’(124쪽)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주인의 점포를 인수하는 과정을 서문시장 역사와 함께 그렸다. 작곡가 임우상 씨(81)는 중고교 교직 생활과 작곡 활동을 하면서 보았던 대구의 역사를 ‘임우상 음악과 인생’(292쪽)에 담아냈다.

중구는 생애사를 도심 역사 찾기와 관광 코스 만들기에 연결하고 있다. 글쓰기를 지도한 박승희 영남대 국문과 교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역사”라며 “생애는 지역과 시대를 보여주는 작은 기록이지만 미래를 만드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2014년 문을 연 향촌문화관 2층에 생애사 전시관을 마련했다. 저자들이 기증한 근대 사진과 잡지, 재봉틀, 전화기 등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근대골목투어 주요 코스로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주변에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가 잇따라 들어섰다.

중구는 29일까지 생애사 열전 참가자를 모집한다. 대상은 중구의 근대 모습을 기억하거나 생활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70대 이상이다. 모집 인원은 구술 6명과 자술 30명 등 36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홈페이지(djdrcf.or.kr)를 참조하면 된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생애사는 도심 역사 연구에 필요한 소중한 자료”라며 “삶이 지역의 역사가 되는 전통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