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오는 노안 관리법
제 주인인 회사원 안혹사(41·가상 인물) 씨는 요즘 “노안(老眼)이 왔는지 침침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네, 노안 맞습니다. 제가 왜 벌써 이렇게 폭삭 늙었느냐고요? 주인님의 하루를 제 입장에서 한번 찬찬히 돌아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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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주인님이 이번엔 컴퓨터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질 않는군요. 주인님은 평소엔 1분에 20번 눈꺼풀을 깜빡이는데, 모니터를 볼 땐 8번만 깜빡여요. 컴퓨터 작업에 너무 집중해서 눈물막이 다 증발해 버리는 것도 모르나 봐요.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결막염이 될 수 있고, 두통까지 오는 것 아시죠?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저를 깜빡여 주면 참 좋을 텐데…. 증세가 심해지면 70∼80cm 거리에 맞는 중간 거리용 돋보기를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대요.
#오후 2시.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외근 나가는 주인님의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저도 모처럼 탁 트인 하늘을 보며 피로를 풀어야…. 악! 그런데 겨울 햇빛이 너무 밝습니다. 피부 못지않게 자외선에 민감한 게 바로 접니다. 저는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가벼운 화상을 입을 수가 있고, 심하면 백내장이나 황반변성까지 걸릴 수 있어요. 스키장에서 고글을 끼는 것처럼 평상시에도 낮에 외출할 땐 선글라스를 꼭 챙겨 주세요. 기분 전환도 되잖아요.
#오후 4시. 하루 종일 고생한 제가 뻑뻑하게 느껴졌는지 주인님이 저에게 상으로 인공눈물을 넣어줍니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그런데 뚜껑을 연 지 보름도 넘은 녀석입니다. 온갖 세균이 뒤섞여 들어옵니다. 그럼 그렇지, 오히려 제 몸이 점점 따가워집니다. 주인님은 한술 더 떠 씻지도 않은 더러운 손으로 저를 비비는군요. 저를 세균 배양용으로 쓰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인공눈물 중에는 세균 성장을 억제하는 보존제가 첨가된 것들도 있지만, 웬만하면 보존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일회용을 이용해 주세요. 보존제의 일부 성분은 각막 세포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답니다.
#오후 8시. 퇴근길에 스마트폰이 울립니다. 주인님의 직장 상사군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조치하겠습니다”를 연발하는 주인님의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안압이 상승합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호르몬이 제 주위 섬유조직에 영향을 미쳐 압력을 높인다는군요. 안압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 ‘3대 실명 질환’의 하나인 녹내장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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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이 심해지면 눈에 렌즈를 이식하면서 각막 표면을 조작해 초점의 범위를 넓혀 주는 ‘노안 라식’ 수술을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대요. 하지만 안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 수술 3∼5년 후에 노안 증세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네요. 미리미리 눈 건강을 챙기는 게 남는 장사겠죠?
※김병엽 건양대 김안과병원 교수, 최진석 새빛안과병원 각막클리닉 과장, 김명준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 안과 전문의들의 조언과 대한안과학회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