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천신일 이어 이상득도… 청탁 오간 장소로 檢공소장에 명시
“이상득 전 의원은 2009년 8월경 서울 중구 을지로 ‘호수 불상(알 수 없는)’ 롯데호텔 개인 사무실에서 포스코 고위 임원들에게서 국방부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재개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포스코 일감을 측근에게 몰아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의원의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다. 포스코가 1조 원을 쏟아붓고도 공사가 중단되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 전 의원의 ‘롯데호텔 개인 사무실’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만사형통’으로 불리던 이 전 의원의 롯데호텔 비밀장소가 검찰 수사로 밝혀진 셈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소공동 롯데호텔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중에 MB 측근들이 롯데호텔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이나 동선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말도 나왔다. 일례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건설업자 황모 씨에게서 2009∼2010년 롯데호텔 객실 3314호에서 와인박스에 담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황 씨는 “롯데호텔 객실이 국정원의 안전가옥(안가)”이라고 주장했고, 원 전 원장 측은 “안가가 아니라 식당에서 귀빈을 위해 제공하는 객실이었다”고 맞섰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호텔은 외부인이 안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여서 검찰 수사에서 금품수수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며 “호텔이 고위층 고객들의 취향까지 고려해 서비스를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느슨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