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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것을 고르는 것보다 버릴 것 고르는 게 더 힘들어

입력 | 2016-02-11 03:00:00

보도사진 ‘매그넘’ 밀착인화展




독일 사진작가 토마스 회프커가 9·11테러 현장에서 촬영한 슬라이드필름 마운트 묶음. ⓒ Thomas Hoepker / Magnum Photos

지난해 여름 국내에 처음 선을 보인 미국 아마추어 사진작가 비비언 마이어(1926∼2009) 기획전의 백미는 몇 점의 필름밀착 인화지였다. 확대할 프레임을 고르기 위해 필름 크기 그대로 프린트한 밀착인화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시절에 셔터 누른 이의 이미지 포획 능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2장짜리 롤라이플렉스 필름을 하루 1통 사용한 마이어의 ‘적중률’은 경이로웠다. 하나를 딱 가려 뽑기 힘든 작은 이미지들. 셀피 한 장에 셔터질 수십 번을 당연한 듯 난사하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경박함을 방증했다.

4월 16일까지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매그넘 콘택트 시트’전은 밀착인화 프린트를 전시의 양념이 아닌 주 메뉴로 내놓았다. 식사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 주방 내부를 적나라하게 펼쳐 놓은 식당, 스태프의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공연 무대를 닮았다.

로버트 카파, 스티브 매커리 등 보도사진단체 매그넘 소속 작가 65명의 밀착인화지 70여 장, 거기서 선택해 미디어에 게재된 사진 94점을 공개한다. 사진이 예술의 영역을 넘보는 자격이 기술 아닌 기다림에 의해 주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5000∼6000원. 02-418-1315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