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인천 남동공단 수출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한중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언론을 통해 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외교 문제를 언급할 처지가 안 되며 한중 간 경제관계 라인이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긴급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북한 리스크는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는 심리’라고 믿는 경제팀이 의도적으로 발언 수위를 낮춘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겠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 불안은 국내외 요인이 겹친 가운데 경제라는 씨줄과 외교라는 날줄이 뒤엉키면서 증폭되는 상황이다. 연초 중동 및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불안이 확산된 데 이어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영향으로 닛케이평균주가는 이틀째 급락하며 어제 16,000엔 선이 무너졌다. 일본 주가 약세를 불러온 엔화 강세가 신흥국 경기 불안 때문임을 감안하면 설 연휴 이후 개장하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에선 지난달 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중국 런민은행과 통화스와프(맞교환)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경제 외교적 안전판을 마련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의 경제팀도 이 난맥을 뚫고 나갈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필요가 있다.
유 부총리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염두에 두고 경제 라인이 따로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발상이다. 중국은 2000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올리자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한 전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