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편(晝永編)/정동유 지음/안대회 서한석 외 옮김/704쪽·3만 원·휴머니스트
책 서문에 저자는 “낮이 긴 여름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했지만 상·하권 202개 글로 묶인 책은 알차다. 상권에 지리, 건축, 역법, 민속 등을, 하권에 어휘, 저술, 문물, 학술 등의 분야를 구분했다. 염소, 헛개나무의 뜻과 유래 같은 간단한 내용부터 붕당의 폐해, 주자학파와 양명학파의 논쟁 등 깊이 있는 내용까지 담았다. 훈민정음을 서양의 자모(알파벳)나 표류한 포르투갈인에게서 수집한 포르투갈 어휘 등 여러 언어와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위당 정인보(1893∼1950)는 1931년 1월 동아일보에 “조선의 문학과 지리, 역사에 대해 홀로 터득한 혜안을 찾아볼 수 있는 대저술”이라고 평가했다.
조선 실학자 박제가의 ‘북학의’를 옮긴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 교수 등 고증에 일가견이 있는 일군의 학자들이 번역하고 난해한 용어에는 주석이 곁들여져 어렵지 않게 읽힌다. 상·하권으로 나뉜 원문 또한 한 권으로 묶였다. 책을 통해 쏠쏠한 지식을 얻고 조선의 한 실학자의 세계관도 읽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