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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중국의 본심, 환추시보

입력 | 2016-02-06 03:00:00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시보는 어제 사설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속 좁고 대국 지도자로서의 품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4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서명식에서 “중국 같은 나라가 아닌 미국이 21세기 무역 규칙을 써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발끈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외국에 쓴소리를 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상대국 정상을 인신공격하는 것은 유별나다. 환추시보는 중국 내셔널리즘의 민낯을 자극적으로 표출하다 보니 형님 격인 런민일보보다 더 관심을 끈다.

▷환추시보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사설로 비판했지만 이후 “중국은 북한 정권 ‘죽이기식’ 안보리 결의에는 반대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한국에 대해 “미국의 한 개 ‘바둑알’에 불과하다”며 얕잡아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검토도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신문이 거칠고 무례하게 한국을 공격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런민일보와 환추시보를 모두 방문해본 사람들은 분위기가 대조적이라고 말한다. 권위지인 런민일보사는 관료적이고 딱딱한 격식이 느껴지지만 대중지인 환추시보는 젊고 도회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실제 지면에서도 런민일보가 시진핑 주석 동정 등 공식적인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과는 달리 환추시보는 독자들의 관심사를 상업적 감각으로 편집해 전달하는 데 치중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필진이 시장(市場)을 의식해 제작하다 보니 오만하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환추시보가 중국 당국을 꼭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일본 한국 등과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당국의 속마음을 내비치는 거울 역할을 한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사설의 경우 문구 하나까지 검열을 받기 때문에 관(官)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북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런 매체를 통해서라도 중국의 기류를 헤아려야 하는 불통의 한중관계가 갑갑하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