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015 세입-세출’ 결과 발표
기획재정부가 5일 내놓은 ‘2015년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17조9000억 원으로 정부가 예상한 세수(215조7000억 원)보다 2조2000억 원이 더 걷혔다. 당초 목표(221조1000억 원)보다는 3조2000억 원 적은 규모지만 4년 만에 세수 결손을 면했다. 재정에서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 역시 4년 만에 흑자(2조8000억 원)로 돌아섰다.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세금이 더 걷힌 것은 부동산 및 주식 거래 증가와 담뱃세 인상 효과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거래가 전년 대비 18.0% 증가하면서 양도소득세는 예상보다 1조4000억 원이 더 걷혔다.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도 각각 36.0%, 81.1% 늘면서 증권거래세가 8000억 원 더 걷혔다. 지난해 초 담뱃값을 평균 2000원 인상한 효과로 개별소비세도 2000억 원을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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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을 탈출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강도 높은 재정 조기 집행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의 세수 증가 흐름이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과감하게 재정을 집행하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지출을 늘리다 세수 결손과 이에 따른 ‘재정 절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실질성장률을 3.3%로 잡고 국세 수입을 223조1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석 달도 안 된 지난해 12월 실질성장률을 3.1%로 낮췄다. 게다가 새해 들어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3%대 성장률 달성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올해 1월 물가상승률은 석 달 만에 0%대로 추락했다. 경상성장률이 1%포인트 줄면 세수는 2조 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에 민감한 법인세가 덜 걷힐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나올 정도다. 주식시장이 얼어붙고 수입 부진이 장기화하면 증권거래세와 부가가치세, 관세 등의 결손이 커질 수도 있다.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부동산 활황 등 일시적 요인으로 지난해 국세 수입이 좋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세수 흐름이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정부 지출을 느슨하게 관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