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개인이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국내 기업들의 손이 빨랐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최근 운전습관을 고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을 내놓았다. 차량에서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을 켜고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가 최대 40% 내려간다. 운전자가 운전습관을 고치며 두둑한 혜택을 챙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람들의 습관은 데이터로 축적된다. 흔히들 데이터라고 하면 빅데이터를 떠올린다. 이 빅데이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열쇠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우리가 생활하는 데에는 엄청나게 큰 데이터들이 필요하지 않다. 모으기도 힘들고, 모은다 한들 분석하기도 힘들고, 분석한다 한들 그것이 정말 맞는지 검증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나의 주변을 둘러싼 소소하고 작은 데이터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는 데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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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김모 씨는 지하철 데이터를 분석해 크리스마스에 조용히 데이트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냈다. 그의 분석 결과는 브런치(brunch.co.kr)라는 사이트에서 138회나 공유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최고 경지에 오르진 않았더라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요즘 누구나 손목밴드를 하나씩 차고 다닌다. 이 밴드에는 위치추적장치, 움직임 센서 등이 내장되어 있어 하루 동안 걷는 횟수와 거리, 걷는 시간, 속도, 칼로리 소모, 운동 강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목표치를 설정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운동 패턴도 확인할 수 있다. 잠들어 있거나 휴식을 취할 때에도 자세나 동작 같은 데이터가 쌓인다.
기술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를 얻고 관리하는 것을 일명 ‘자기 측정(QS)’이라고 부른다. QS라는 이름이 붙은 외국의 커뮤니티에는 200개가 넘는 그룹이 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자신에게 적절한 읽기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자신의 심박수에 기반해 적절한 운동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한 참여자는 “나의 기분을 꾸준히 추적해 본 덕분에 가끔씩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고, 삶도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기 측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한 컨설팅 회사가 미국 영국 인도 등 6개국에서 60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절반 이상이 디지털 제품 구매에서 건강관리 제품이나 피트니스 모니터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 제품에 대한 관심은 굴지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스마트시계나 입는 안경보다 더 높았다. 글로벌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실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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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수집이나 분석이 어렵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활 데이터를 지원하는 각종 기기와 분석 툴이 우리를 도울 것이다. 실제로 QS 커뮤니티에서 절반에 가까운 44%는 엑셀과 같은 간단한 툴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면 진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