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청장이 된 주영섭 청장. 그는 3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맨 사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확대에 한국 경제의 사활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중소기업청이 설립되고 20년 만에 기업인 출신으로는 처음 수장 자리에 오른 주영섭 중소기업청장(60)은 3일 인터뷰에서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길은 기술경쟁력 기반의 수출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주 청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1차 협력업체인 중견기업 대표들에게 해외로 나가라고 하면 ‘뭐 나가긴 해야 할 텐데 시간이 없네요’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는데 대기업 성장세가 주춤한 요즘에는 수출에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조업 기준으로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인 중견기업 대표들이 유학을 다녀온 해외파 2, 3세대로 바뀌면서 글로벌 진출에 두려움이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견기업 4000여 곳 중 수출을 하는 곳은 절반밖에 안 된다”며 “중견기업 중 대기업으로 도약할 만한 곳을 골라 연구개발(R&D) 및 해외 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 청장은 “중소기업 정책이 복지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 현재 하고 있는 여러 사업의 실효성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청,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여러 부처에서 운용 중인 중소기업 R&D 예산의 효율적 지원을 위해 각 부처 수장들과 정책 공조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 부처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적재적소에 예산이 쓰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서는 “당연히 필요성에 공감하고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업종 선정 시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청장은 과거 센서 기술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 청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대우전자와 대우자동차 등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 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서울대 공대 산학협력추진위원장을 지냈다. 주 청장의 이력을 본 일부 중소기업계 인사는 중소기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 청장으로 온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30년간 민간 기업에서 일했고 최근 2년 반은 대학에서 중소·중견기업과 산학협력의 기틀을 만드는 일을 했다”며 “오랫동안 수많은 기업과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한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공감’인 것 같다”며 “직원은 물론이고 고객과 꿈과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해 존경을 받는 CEO가 늘어나도록 중기청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