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크리스틴 한나 지음/공경희 옮김/768쪽·1만6500원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틈새에서 상상력은 발휘된다. 작가는 성격도, 처지도 전혀 다른 두 자매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쟁과 마주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그린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살고자 했던 온순한 비안이 맞닥뜨린 현실은 나치의 침범이다. 남편을 전선으로 떠나보낸 그는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정한 독일군 대위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광고 로드중
저마다의 자리에서 전쟁을 겪어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짜릿한 승리나 참담한 패배 같은 이분법적 사연이 아니다. 직접 싸우는 건 아니지만 굶주림에 시달리고 겨울 추위를 감내해야 하는 등 비안느 역시 전시 상황이다. 적과 생활하면서 인간적인 감정도 교감한다. 가족과 연인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독일군과 싸우기를 선택한 이사벨의 모습은 전쟁과 부대끼는 그만의 방식이다.
작가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쟁터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여성들이 얼마나 강하게 그 시간들을 이겨냈는가를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