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우주소녀, 소년24, 방탄소년단, 여자여자…
데뷔를 앞둔 한중 합작 12인조 여성그룹 ‘우주소녀’. 소속사는 “멤버 각자 유니크한 캐릭터를 갖고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킬러 콘텐츠를 지향할 것” 이라고 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빛바랜 책장 속 국산 만화 제목이 아니다. 최근 인기리에 활동하거나 데뷔를 앞둔 아이돌 그룹 이름이다. 여자, 소년, 소녀…. 소박하다 못해 평범해 보이는 단어들이 아이돌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데뷔한 6인조 여성 그룹 여자친구는 25일 낸 세 번째 미니앨범 ‘SNOWFLAKE’로 또 한 번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소년24는 CJ E&M이 향후 3년간 25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초대형 프로젝트다. 오디션과 트레이닝을 거쳐 24명의 남자 아이돌을 선발한 뒤 8월부터 서울 명동에서 상설 공연을 연다. 씨스타를 성공시킨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만든 한중 합작 12인조 여성 그룹 우주소녀도 곧 데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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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가요계 관계자들은 △아이돌 시장 포화 △중국 시장 가시화 △최근 가요계의 소년·소녀 이미지 열풍에서 그 답을 찾는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섹시 콘셉트, 강한 힙합 아이돌 붐이 지나고 청순한 소년·소녀 이미지가 최근 떠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첫사랑 소녀의 이야기를 내세운 여자친구, 러블리즈, 오마이걸, CLC, 라붐 같은 여성 그룹이 올라왔고, 남성 그룹 중엔 빅스, B.A.P의 처절하고 어두운 이미지 대신에 세븐틴, 샤이니(‘View’), 방탄소년단(‘화양연화’ 시리즈)의 소년 느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여성 그룹 ‘여자친구’. 쏘스뮤직 제공
이젠 외국 팬들도 웬만한 한글은 쉽게 번역해 이해하는 상황이다. 어설픈 영어보다 쉬운 한글이 낫다는 고려도 있다. 남성 그룹 인피니트의 경우 해외 팬들 사이에서 “명사형인 ‘인피니티’도 아니고 어법적으로 어색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아이돌 초기엔 작명 트렌드가 H.O.T.형과 젝스키스형으로 크게 나뉘었다”고 말했다. 영문 약자 아니면 뭔가 있어 보이는 외국어 단어가 대세였다. 그는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성공한 뒤 한국어 이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이 가시화되면서 한자어 또는 중국어로 바로 번역이 가능한 단어가 쓰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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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