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200곳 인증 반납
이 가게 입구에는 ‘착한가격’이라고 적힌 파란 표찰이 붙어 있다. 소속 지방자치단체가 인증하는 ‘착한가격업소’라는 의미다. 2012년 착한가격업소는 서울에만 1100곳에 달했다. 하지만 갈수록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27일 현재 행정자치부 ‘착한가격업소 포털’에서 검색되는 서울의 착한가격업소는 894곳에 불과하다. 3년 동안 200곳가량의 가게가 ‘착한’ 표찰을 뗀 것이다.
착한가격업소는 정부와 지자체가 해당 지역 소상공인에게 인증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대상은 업종별 평균 가격보다 싸게 파는 곳이다.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됐다. 인증업소의 70% 이상이 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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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증에 따른 혜택은 까다로운 조건을 감내할 만큼 풍성하지 않다. 쓰레기봉투와 고무장갑 등 비품, 방역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30만 원 안팎이다.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저리 대출 우대 자격이 부여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영세 자영업자들은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
착한가격업소 자격을 1년간 유지하다 최근 포기한 서울 강남구의 A식당 사장 김모 씨는 “우리 가게가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착한가격업소 표찰을 내세울 때 근처에서 더 비싸게 음식을 팔던 경쟁 식당은 인테리어를 싹 바꿔서 손님을 끌었다”며 “차라리 비싼 값을 받아 식당에 재투자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소상공인은 제도 자체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정부가 나서서 자영업자 사이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 가격은 시장에 맡기고 위생과 안전 등의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식당 주인은 “대부분의 소규모 자영업자는 폭리는커녕 겨우 망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을 책정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런 와중에 한 가게가 ‘착한가격’ 표찰을 달아 버리면 주위 다른 가게는 나쁜 가격처럼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