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와의 전쟁] 2015년 1조2861억 추징 사상최대… 30명 신규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은 27일 역외 탈세 혐의자 30명을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외에 세운 유령회사와 편법으로 거래한 뒤 자금을 빼돌렸거나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로 위장해 국내에서 거둔 투자소득을 해외로 유출한 법인 등이 중점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도 역외 탈세자에 대한 집중 조사를 펼쳐 223명을 적발하고 세금 및 가산세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861억 원을 추징했다. 2012년(8258억 원)과 비교해 3년 만에 추징액이 55.7% 늘어난 수치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업 규모가 커지고 해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역외 탈세 규모가 늘어나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 제조업체 대표 B 씨는 홍콩에 서류상의 유령회사를 세운 뒤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이 회사를 거쳐 거래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비자금은 별도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관리했다. 국세청은 B 씨에게 세금 포탈에 따른 추징금 수십억 원을 추징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배임죄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했다.
도매 유통업자 C 씨는 해외 자원을 개발하겠다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회사 자금을 송금했다. C 씨는 페이퍼컴퍼니 소유의 해외법인 지분을 팔아 얻은 자금을 별도의 차명계좌에 넣어둔 뒤 개인 용도로 썼다. 국세청은 C 씨가 조세회피처에 비자금을 숨긴 혐의에 대해 소득세 수백억 원을 매겼다.
○ “올해 세무조사 타깃은 역외 탈세자”
박근혜 대통령이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이 더욱 중요하다”며 비리 엄단을 주문한 것도 강력한 세무조사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법질서와 사회 청렴도를 끌어올리기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며 강력한 질서 확립을 주문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경제 사정당국’인 국세청이 과감히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고의적인 세금 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 추징은 물론이고 관련법에 따라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세무사 회계사 등이 역외 탈세를 도운 정황이 드러나면 이들 역시 검찰에 고발하거나 관련법에 따라 자격정지 및 자격증 박탈 등의 징계에 처할 계획이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올해는 소득 및 재산의 해외 은닉 등 역외 탈세 분야에 세무조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미국 스위스 등과 금융정보 자동교환 확대로 역외 탈세자 적발이 갈수록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