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뮐러
그런데 이 곡을 들을 때 생각나는 다른 작곡가가 있습니다. ‘마탄의 사수’로 독일 국민가극의 전통을 수립한 카를 마리아 폰 베버입니다. 그도 슈베르트처럼 ‘겨울 나그네’ 또는 ‘겨울여행’을 썼느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시인 빌헬름 뮐러는 29세 때인 1823년 독일 데사우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와 친했던 베버가 세례식에 와서 대부(代父)가 되어 주었습니다. 뮐러는 아이의 이름을 막스라고 지었습니다. ‘마탄의 사수’ 남자 주인공 이름을 딴 것입니다.
빌헬름 뮐러는 감사의 뜻에서 1823년 출간한 시집 ‘여행을 다니던 호른 연주가의 유고(遺稿) 속 시’를 베버에게 헌정했습니다. 베버에게 주는 헌정사가 뚜렷한 이 시집을 슈베르트가 보게 되었고, 시집 속 절망에 빠진 사나이의 이야기에 공감해 이 시들에 곡을 붙였습니다. ‘겨울 나그네’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입니다. 슈베르트는 이에 앞서 11세 위 선배인 베버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으니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여기서 그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