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사람들/그레이엄 핸콕 지음/이종인 옮김/612쪽·2만3000원·까치
저자의 가설은 이렇다. 빙하기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다. 그러나 마지막 빙하기의 말엽인 1만2800년 전부터 1만1600년 전 사이 혜성이 지구를 강타해 멸망했고 그 생존자들은 커다란 배를 타고 세계 각지에 정착해 예전 문명의 불꽃을 되살리려 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멕시코, 페루,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견되는 고대 문명이 그 흔적이라는 얘기다.
책은 1995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신의 지문’의 속편이다. 괴베클리 테페 유적 벽면에 조각된, 곡선형의 손잡이가 달린 가방 모양이 남미의 가장 오래된 ‘깃털 달린 뱀’ 신, 메소포타미아에 문명을 전했다고 전해지는 영웅 오안네스의 조각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등 저자의 추리는 흥미진진하다. 책은 자연스럽게 독자를 붕괴에 대한 상상으로 이끈다. 과거 고도의 문명이 번성했다가 사라졌다면 현대 문명도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원인이 지구 온난화건 아니면 저자의 말대로 고대 문명의 생존자들이 메시지로 남긴 혜성 충돌의 위협이 됐건 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