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어제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여야가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이를 통해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설 전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에서 위헌 소지가 가장 큰 부분은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과반수 룰의 틀을 무너뜨리고 60%가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되도록 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만 완화한 내용이어서 핵심을 비켜갔다는 것이다.
정 의장 지적대로 새누리당은 현재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한 경우’로 한정돼 있는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 의원 과반수가 요구할 경우’를 추가해 발의했다. 국회법 87조에 따라 변칙적으로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법의 위헌적 소지를 그대로 둔 채 엉뚱한 부분을 고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자칫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의 직권상정 때 과거 ‘동물국회’와 같은 몸싸움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정 의장이 상임위 단계에서 ‘재적 의원 60% 이상’이 요구해야 신속처리 안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과반 요구’로 완화한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법제사법위의 역할을 법안 체계와 자구 심사로 제한하는 내용도 지금까지 ‘상원 노릇’을 해온 법사위의 월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정 의장이 이런 좋은 의견을 담은 중재안을 왜 진작 내놓지 않았는지 입법마비 사태로 빚어진 그동안의 시간낭비와 국력소모가 원통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