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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그리고 신화… 미국을 비추다

입력 | 2016-01-21 03:00:00

21일 개봉하는 두 영화 ‘빅 쇼트’-‘스티브 잡스’




《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미국이 세계 1위 강대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2016년 현재, 미국은 어떤 나라일까. 21일 개봉한 ‘빅쇼트’(18세 이상)와 ‘스티브 잡스’(12세 이상)는 각각 서로 다른 사건을 다룸으로써 그 답을 내놓는다. ‘빅쇼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낳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뒷얘기를, ‘스티브 잡스’는 천재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의 탄생을 통해 당대 미국의 자화상을 그렸다. 》




영화 ‘빅쇼트’는 세계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예측한 괴짜들에 관한 얘기다. 펀드매니저 바움(왼쪽에서 네 번째)은 막대한 이윤 앞에서도 양심 때문에 망설이는 인물이다. 올댓시네마 제공

‘빅쇼트’ 거품위에 떠 있는 월가의 허상 풍자

○ 금융위기의 진실 ‘빅쇼트’


2005년 부동산 시장 붕괴를 미리 예측한 캐피털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는 부동산 대출금을 사람들이 갚지 못할 경우에 대한 보험금을 받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든다. 비슷한 시기, 대형 은행 트레이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커렐) 등도 낌새를 채고 유사한 상품에 투자한다.

시간이 흘러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데도 관련 금융상품의 신뢰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평가사도 대형 은행과 한통속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말미, 주인공들은 막대한 돈을 벌고도 웃지 못한다. 미국 금융 산업이 거대한 사기나 다름없으며, 서민들이 그 손해를 모두 떠안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려운 금융용어가 등장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슬리퍼 차림에 의안(義眼)을 한 괴짜 천재 버리, 월가를 불신하는 불같은 성격의 바움 등 독특한 인물을 맛나게 연기한 배우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섹시 여배우 마고 로비,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 등이 깜짝 등장해 친절하게 용어 설명까지 따로 해준다.

영화는 부실한 미국 금융 산업이 제도의 비호 아래 건재하며, 언제든 서민을 등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리며 끝난다. 한때 ‘블링블링’이 유행했던 버블 시기 미국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여전히 그 거품 위에 떠 있는 미국의 허상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영화 ‘스티브 잡스’에 아이폰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잡스’, 혹은 ‘잡스 신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준다. 호호호비치 제공

‘스티브 잡스’ 세상을 바꾸는 비범한 개인의 전기

○ 아이폰 이전의 ‘스티브 잡스’


“넌 누구야? 뭐 하는 사람인데?”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세스 로건)의 영화 속 대사는 ‘스티브 잡스’를 관통한다. 여기에 답하기 위해 영화는 잡스의 인생, 그리고 컴퓨터의 역사에서 클라이맥스라 할 만한 세 번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골라 3막 연극처럼 구성했다. 1막은 1984년 매킨토시, 2막은 1988년 넥스트 큐브, 3막은 아이맥 출시 설명회다.

각 막의 구성은 비슷하다. 신제품 발표 직전의 긴장감 속에서 사람들이 잇달아 잡스를 찾아온다. 잡스의 오른팔이자 파트너 호프만(케이트 윈즐릿), 공동 창업자인 워즈니악,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컬리(제프 대니얼스), 옛 여자친구 브레넌, 그리고 브레넌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리사다. 회사 경영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자신의 성과를 인정해 달라거나, 양육비를 내 달라거나, 요구도 제각각이다. 이들에게 잡스는 대중의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불신하는 오만한 천재이며, 딸에 대한 부성애를 감당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영화는 막과 막 사이, 시대를 반영한 배경음악과 애플에 관한 당시 뉴스, 당대 대중문화 아이콘의 영상을 삽입해 보수적이었던 1980년대를 지나 개인주의의 시대인 1990년대로 향한 미국의 공기를 콜라주처럼 보여준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등에서 비범한 인물의 복합적 면모를 보여주는 데 능력을 발휘해온 작가 에런 소킨은 이번에도 세상을 바꾸는 천재적 개인에 대한 미국적 신화를 뻔하지 않게 풀어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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