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 부모 구속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 씨가 17일 오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부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본보 취재 결과 이들이 경찰에 붙잡힌 데에는 사망한 최모 군 여동생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장기 도피를 준비한 정황도 밝혀졌다.
○ 최 군 여동생 진술에 어머니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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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찰은 최 씨의 소재를 파악해 15일 인천 계양구 지인 집에 최 군 시신이 담긴 가방 등을 맡기고 도주하려던 최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최 씨가 장기도피를 준비했던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은 이날 훼손된 최 군 시신 일부가 발견된 인천 계양구 최 씨 지인 집에서 최 씨 소유의 배낭과 장바구니 3개, 박스 1개를 확보했다. 그 안에는 현금 300만 원과 속옷 여러 벌, 세면용품 등이 들어 있었다.
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 군이 2012년 11월 12일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아버지 최 씨가 “씻기 싫어하는 아들을 강제로 욕실에 끌고 가는데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고 밝힌 2012년 10월 초로부터 한 달가량 지난 시점이다.
최 씨는 가정 형편 때문에 군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지인 등에 따르면 최 씨는 한때 PC방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약 10년 전부터는 일정한 직업 없이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곤 했다. 직장에 다니는 한 씨 대신 자녀 양육을 맡아왔던 것도 최 씨였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아들에게 자주 폭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추정일 오후 5시 30분경 아들이 숨진 사실을 알아챈 한 씨에게 남편 최 씨는 “일이 이렇게 벌어졌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산 사람이라도 살자”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친정에 가 있어라”고 했다. 이후 한 씨가 딸과 함께 친정에 머무르는 동안 최 씨는 집에서 아들 시신을 훼손했다. 훼손한 시신은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주방에 있는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뒀다. 일부는 쓰레기봉투에 넣어 처리하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며칠 뒤 집에 돌아온 한 씨는 이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때때로 남편에게 자수를 권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설득에 침묵을 지켰다. 이에 대해 한 씨는 “남편이 ‘(자수하면) 군대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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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최 씨 부부는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겨왔다. 2013년 3월경 인천 부평구로 이사 간 뒤에도 주위에 자녀는 딸 한 명뿐이라고 말해왔다. 최 양이 다니던 학교 관계자는 “2014년 입학 당시 학교에 제출한 가정환경조사서를 보면 가족이 3명이라고 적혀 있다”며 “최 양 어머니(한 씨)가 담임교사와 상담할 때도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군이 장기결석 아동으로 분류됐지만 관련 기관들은 소재 파악조차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천시에 따르면 최 군이 2012년 4월 30일부터 등교를 하지 않자 해당 학교는 5월 30일과 6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주민센터에 공문을 보내 “최 군이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센터가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담임교사는 ‘학생이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느냐’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한 씨에게 여러 차례 보냈다. 2012년 6월 11일에는 1학년 부장교사와 함께 최 군의 집을 찾기도 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최 군은 2012년 8월 31일부터 ‘정원 외 관리대장’에 올라갔지만 약 4년간 방치됐다. 지난해 12월 인천 아동 학대사건을 계기로 교육부가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한 뒤에야 해당 학교 등이 최 군 추적에 나선 것이다.
○ “발각될까 무서워 시신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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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씨도 16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사망할 정도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씨는 법정에서 죽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은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딸이라도 좀 양육하게 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 부부가 시신 일부만 냉동 보관한 점, 최 군 사망 때까지 이들의 구체적인 행적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부천=김호경 whalefisher@donga.com·박희제 /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