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제재 37년만에 해제]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얻은 사람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다. 야당인 공화당과 이스라엘 등의 반대에도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지난해 7월 타결한 핵협상의 정당성을 확인받게 됐다. 아울러 미국은 수니파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이란에 대한 협력 요구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IS와의 전쟁에 최대 우군을 만난 만큼 이란을 국제연합군의 주축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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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일단 이란의 손을 들었다. 제재 해제 후 첫 거래일인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지만 이란 증시는 상승했다. 사우디 타다울증시는 이날 5.65% 하락한 5,508.02를 나타내며 2011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테헤란증시(TEDPIX)는 제재 해제 기대감에 16일 2.11% 올랐고 제재 해제 후인 17일에도 0.86%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한층 경계하는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제재 해제 결정 후 성명을 내고 “이란은 핵무기 개발과 테러 조직 지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 만큼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비판했다.
이란산 원유 추가 공급에 따른 유가 하락과 산유국 경제 불안이 세계 경제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중동 단일 국가로서는 최대인 이란의 내수 시장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혹독한 제재 탓에 자동차, 항공기, 기반 시설 등이 낙후됐다. 그러나 이란 인구의 70%가 30대 미만이고 고졸 학력 이상 고급 노동력도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큰 편이다. 세계은행은 2017년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7%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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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도 이란과 연간 무역액을 16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에서 100억 달러(약 12조1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는 이란의 철도를 전철로 바꾸기로 했다. 프랑스의 토탈, 이탈리아의 ENI 등 서방 에너지 기업들도 이란 기업들과 협력 계약을 체결해 진출을 가시화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