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여자프로농구 2008∼2009시즌이 끝난 뒤 한 농구팬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표현은 다소 과격했지만 여자농구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이었다. 그 시즌에 신한은행은 37승 3패(승률 0.925)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전승으로 우승했다. 2위 삼성생명과의 승차는 14경기나 됐다. 0.925라는 승률은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 종목에서 보기 힘든 기록이다. 신한은행이 여자프로농구 단일 시즌 최다인 19연승을 기록한 것도 그때였다. “해보나 마나 우승은 신한은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스포츠의 묘미인 ‘의외성’이 줄다 보니 여자프로농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2007 겨울시즌부터 시작된 신한은행의 독주는 국내 프로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최다인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2011∼2012시즌까지 이어졌다.
신한은행이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운 2008∼2009시즌에 우리은행은 7승 33패로 꼴찌(6위)를 했다. 승률(0.175)은 2할도 안 됐다. 우리은행의 꼴찌는 2011∼2012시즌까지 4년 연속 이어졌다. 2010∼2011시즌에는 5승(30패)을 올리는 데 그쳤다. 여자프로농구가 단일리그 체제를 갖춘 2007∼2008시즌 이후 최소 승리, 최저 승률(0.143)이었다. 신한은행의 전성기는 우리은행의 암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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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12일 현재 19승 2패(승률 0.905)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KEB하나은행과의 승차는 8경기나 된다. 아직 14경기가 남아 있지만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1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13연승 중이라 2008∼2009시즌 신한은행의 19연승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남은 경기를 다 이기면 0.943으로 역대 최고 승률 기록도 세울 수 있다. “흥행을 위해 우리은행 농구단을 해체하라”는 말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지만 4년 전만 해도 우리은행은 혀를 차게 할 정도의 약체였다. 당시 해체 협박(?)까지 당했던 신한은행은 최근 6연패를 당하며 공동 4위에 머물러 있다.
가수 조영남은 1970년대부터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을 열창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길게 보면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여자프로농구의 ‘우리은행 시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운 이유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