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이후 심리학에서 사회학에 걸쳐 많은 ‘아줌마’ 연구 논문들이 쏟아졌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1980년대 이후 아줌마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지고 경제력이 확대되면서 사회적으로 표출된 행동이 전통적인 아줌마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됐다는 것인데, 대체로 ‘염치없고 뻔뻔’하며 ‘미적 감각이 없다’는, 다분히 부정적인 속성을 가진 집단으로 형상화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 역동성의 근원’이라는 설명은 어쩐지 후환에 대비한 빈약한 변명 같았다. 당시의 ‘아줌마론’이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한 개인이 결혼으로 아줌마란 사회적 속성을 획득하여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집단이 됐다면 그와 결혼한 또 다른 개인은 그 이후 어떻게 됐느냐는 것이다. 그 역시 매우 독특한 사회적 형질을 가진 뭔가로 변하지 않았을까.
그렇다. 최근 우리는 세기 말의 아줌마에 비견할 만한 독특한 사회적 집단을 보게 됐다. 아줌마를 아줌마라 부르면서 굳이 자신은 삼촌, 오빠라고 말하고 ‘불룩한 배 슈트빨…나는 뻔뻔한 꼰대’(싸이, ‘아저씨SWAG’)인데 ‘걷기만 해도 섹시함이 좔좔’(박진영, ‘아임소섹시’) 흐른다는 한국의 아저씨 말이다. 감각에 강박된 욕망을 끄집어낸 박진영의 도발을 사랑했던 나는 지난 연말 아직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 엉덩이를 흔드는 그를 보고 ‘아버지가 춤추는 것 같았다’ ‘토할 뻔했다’라고 말한 젊은 가수들의 말에 슬프게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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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소섹시’라고 말하는 아저씨는 성희롱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저씨는 섹시하지 않은 한국의 사회적 집단이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되지 않으려면? 숨을 쉬는 매 순간마다 ‘내’가 아저씨가 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나이와 상관없다. 한국에선 아차, 하는 순간 아저씨가 되기 때문이다. 섹시한 건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남자의 긴장한 팔과 가슴,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눈빛이다. 세상의 안전을 위해 온 마음으로 자동차를 후진하는 남자가 섹시하듯(후방카메라는 유감이다). 대단한 철학이 아저씨를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아저씨SWAG’에서 반복하듯,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Manners Maketh Man).
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hold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