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6년째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오전 9시53분경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현금이 담긴 상자를 놓아뒀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노송동 장애인 행정도우미 정용복 씨는 “40~50대 남성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상자 안에는 5만 원 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총 5033만9810원이었다. 상자 속에는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고 적힌 메모가 들어 있었다.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58만4000원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선행을 베풀어왔다.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3억9730만1750원을 주민센터 근처에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올해까지 합하면 총 4억4764만1560원이다. 전주시는 이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시는 기부자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웠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도 ‘천사’를 의미하는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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