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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넘버’ 같은 양념맛은 없지만 묘하게 끌리는 이 맛은…

입력 | 2015-12-29 03:00:00

[리뷰]뮤지컬 ‘오케피’
‘쌍천만 배우’ 황정민 연출-주연… 2015년 연말 유일한 신작으로 관심
뮤지컬에 대한 ‘셀프 디스’ 화제




뮤지컬 ‘오케피’는 황정민과 아내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가 5년간 공들인 신작이다. 황정민은 3년 전부터 김문정 음악감독을 섭외했고 레고로 무대 세트 모형을 만들어 이를 서숙진 무대디자이너에게 제안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샘컴퍼니 제공

올해 말 초연된 뮤지컬 ‘오케피’는 화려한 쇼 뮤지컬,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결을 달리한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흔한 흥행공식도 따르지 않았다. 화려한 무대 전환, 대작답게 무대를 가득 메워주며 주연 배우를 뒷받침하는 수십 명의 앙상블, 귀에 꽂히는 ‘킬링 넘버’, 클라이맥스, 극적인 요소…. 이런 건 없다. 하지만 묘하게 끌린다. 러닝타임 내내 13명의 출연자 사이에서 진한 ‘사람 냄새’가 풍긴다. 소박하지만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가정식 백반’ 같은 매력의 작품이다.

‘오케피’는 연말 대형 뮤지컬 중 유일한 신작이라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쌍천만 배우’ 황정민이 연출과 주인공을 동시에 맡은 데다 연극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등으로 유명한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키의 첫 뮤지컬 작품이라 기대감을 높였다.

작품은 뮤지컬 무대 밑 숨겨진 4∼5평 남짓한 공간,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지휘자와 12명의 연주자가 벌이는 일상을 잔잔하게 그린다. 뮤지컬 반주가 필요 없는 배우의 대사 처리 장면에선 까다로운 여배우에 대해 ‘뒷담화’를 나누거나 자기 일상에 대한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나 정말 완전 싫어 뮤지컬. 왜 갑자기 노래를 부르냐고. 간단하게 말로 하면 30분이면 끝나는 별거 아닌 이야기’…. 뮤지컬 장르에 대한 ‘셀프 디스’를 일삼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야기 전개의 중심은 등장인물의 개인사다. 병을 앓는 막내 아이 병원비 마련을 위해 ‘대리운전’ ‘다단계 판매 사원’ 등 ‘쓰리잡’을 뛰는 드러머와 나이는 제일 연장자이지만 연주 실수가 연발인 피아노, 일터에서도 ‘마트에서 장을 보다 빼놓은 물건은 없나’ 고민하는 워킹맘 첼로….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관객 역시 자신의 삶 어느 한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역할에 따른 더블 캐스팅이 많지만, 어느 배우를 골라보든 만족도가 높다. 오케피의 수장인 지휘자 역은 배우 황정민과 오만석이 번갈아 맡는다. 황정민이 구수한 시골 아저씨 같은 음악감독을 그린다면, 오만석은 보다 세련된 리더로서 작품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마에스트로의 모습, 그 자체다. 모두가 사랑하는 ‘하프’역의 윤공주와 린아는 연기와 가창력 모두 합격점 이상이다. 오보에 역의 김태문과 서범석은 다소 정신없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이 작품을 평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김문정 음악감독과 연주를 맡은 ‘The M.C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음악은 오케피의 격을 한층 높였다. 2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5만∼14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