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려면
최 씨는 “아내를 평생 고생만 시키다 떠나보냈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집 밖에 잘 나가지 않고 라면 등으로 끼니를 불규칙하게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즐기던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밤마다 소주 두세 병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슬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별 후 3개월 정도 불규칙하게 생활하니 ‘이러다 나도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후 동호회에 나가고, 경로당에 나가 봉사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 사별 후 스트레스, 삶 송두리째 흔들어
부부가 같이 늙다보면 배우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늙는 것과 같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스트레스의 강도는 노년기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로 크다는 게 중론이다. 자녀 없이 노부부만 사는 가정이 늘고, 이웃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드는 것도 배우자 상실에 따른 아픔이 큰 이유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토머스 홈스 박사와 리처드 라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이혼(73점)을 하거나, 구속(63점) 및 해고(47점)를 당했을 때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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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별 아픔, 면역체계 이상까지 불러
사별 후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본인의 건강도 악화될 수 있다.
영국 버밍엄대 재닛 로드 박사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심은 면역체계를 약화시켰다. 사별로 인해 우울증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 혈액 속에 존재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성 백혈구의 활동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호중성 백혈구는 폐렴 등 일정한 바이러스성 감염에 맞서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1950년대 미국의 유명 가수 조니 캐시는 2003년 아내가 떠난 뒤 4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
특히 명절, 생신잔치 등 온 가족이 모이는 기간이 지난 뒤를 주의해야 한다. 자식 친지와 지내면서 외로운 감정이 감춰지다가, 다시 혼자가 된 이후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 동안 성인의 경우 명절 연휴 다음 날 자살자 수(41.5명)는 명절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자살자 수(29.1명)를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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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별 후 아픈 건 당연하다?
사별 후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립’에서 탈피해야 한다.
먼저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혼자 있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최 씨처럼 친구나 동료, 좋아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말을 참지 않고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한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경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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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