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유성시외버스정류소가 지정좌석제나 순번제를 시행하지 않아 승객들이 비가 내리는 데도 대합실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버스에 먼저 타기 위해 주차장을 서성거리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운영 주체인 정류소와 교통 지도를 하는 대전시, 유성구는 이용객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속이 탄 아버지 전주에서 데리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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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표에는 좌석번호와 탑승시간, 탑승순위 등 그 어느 것도 적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버스가 도착하면 한꺼번에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됐고 힘에 부친 노약자나 여성들은 언제 버스를 탈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지난해 1월의 한 금요일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오후 3시 정류소에 도착했으나 3시간 동안 차를 타지 못했다. 급기야 답답함을 견디다 못한 김 씨의 아버지가 승용차를 1시간 이상 몰고 와 직접 딸을 데리고 가야만 했다.
김 씨는 “순번제를 시행하지 않고 줄도 서지 않아 행선지의 버스가 들어오면 이용객들이 먼저 타기 위해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다른 버스 사이를 뛰어가기 때문에 위험천만하다”며 “불편과 위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토요일에 집에 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정류소에서 만난 이용객들은 “큰 짐을 가진 경우 버스에 탈 생각을 아예 접어야 한다”고도 했다. 버스 짐칸에 짐을 실은 뒤 탑승하려면 이미 좌석이 다 차 버린 상태여서 탑승할 수도, 짐을 다시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 현황 파악 못한 대전시 엉뚱한 답변만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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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 불편 외에도 안전 위험과 불친절 등 다양한 민원이 오랫동안 정류소와 유성구, 대전시에 제기됐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전시 홈페이지의 ‘대전시에 바란다’에 3월 22일 민원을 제기한 또 다른 대학생 김모 씨는 “버스가 출발시간 1∼2분을 앞두고 급박하게 도착하는 경우도 많아 더욱 급해지기 때문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청주행 버스를 탔다는 박모 씨는 “운전기사가 ‘야 안전벨트 매’라고 반말을 해 항의하자 ‘너 몇 살이냐? 내려’라면서 다짜고짜 화를 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시외버스 통합전산망 사업이 아니더라도 지정좌석제는 정류소가 터미널과 연락 체계를 갖추면 어느 정도 시행이 가능하다. 최소한 순번제나 행선지별 줄 세우기로 혼란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류소 관계자는 “인원이 없다. 터미널에 알아보라”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최근 유성구청에서 간담회를 갖고 시외버스사업자들에게 시민 불편 해소책을 강력히 주문했다는 대전시 관계자는 “순번 탑승이 아직도 안 이뤄진다는 얘기냐”라고 반문했다. 민원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시외버스 통합전산망 작업이 완료되면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늘어놨다. 이처럼 엉뚱한 답변이 되풀이되는 데 대해 민원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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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