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디즈니랜드 휴가
미국 입국을 저지당한 영국인 무슬림 무함마드 타리끄 마흐무드 씨. 마흐무드 씨 가족은 종교를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당국은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2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주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타려던 무함마드 타리끄 마흐무드 씨 가족은 꿈에 그리던 디즈니랜드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낼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마흐무드 씨, 8∼19세 자녀 9명, 마흐무드 씨의 형 등 11명이 출국할 예정이었다. 아이들은 “미키마우스 인형을 사겠다”며 들떠 있었다.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타려던 순간 런던 공항에 나와 있던 미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이 마흐무드 씨 가족의 탑승을 막았다. 마흐무드 씨의 미국행 비자가 취소됐다고 일방적인 통지를 받았다.
꿈에 그리던 휴가가 악몽으로 변한 마흐무드 씨 가족은 답답한 마음에 미국 정부 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해명은 듣지 못했다. 런던 인근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마흐무드 씨는 23일 WP와의 인터뷰에서 “내 이름이 마흐무드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에 가지 못했다. (무슬림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결국 당했다(trumped)”고 하소연했다. 이에 미 당국은 “국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국 제한이라는 권한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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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영국인 이슬람 성직자(이맘)인 아즈말 마스루르도 17일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다 저지당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올해만 여러 차례 미국을 다녀왔지만 이번엔 주영 미국대사관 직원이 다가와 “당신 비자는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마스루르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트럼프의 발언은 위험천만한데 문제는 이런 인식이 확산돼 미국과 다른 나라의 외교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