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선정 2015 10대 뉴스]
■ 방역시스템 뚫려 186명 감염돼 38명 숨져
메르스 사태는 글로벌 시대에 해외 유입 감염병이 얼마나 무서운 재난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5월 20일 첫 번째 환자가 확인됐을 때만 해도 정부는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0%에 이르는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경제적 피해도 막대했다. 병문안 문화와 방역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했다. 정부는 24일 0시를 기준으로 메르스 사태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방역 실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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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중고교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등 좌편향 됐다고 주장하며 국정화를 추진했고, 교육부는 11월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1년 정도의 집필 과정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일선 학교에서 쓰인다. 하지만 교육부는 집필진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53년 9월 형법에 규정이 생겨난 간통죄가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 처음으로 간통죄를 심판대에 처음 올린 이후 다섯 번째 만에 2월 26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정조 의무가 있는 기혼자라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처벌하는 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 결정은 시대정신의 변혁을 상징하는 사례였다.
지난달 22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이로써 6년 전 별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양김(兩金)시대’가 막을 내렸다. YS 서거를 계기로 대통령 재직 당시 금융실명제 실시, 공직자 재산 공개 등 과감한 개혁정책이 재평가를 받았다. 그는 유훈으로 ‘통합과 화합’을 남겼다.
대표적인 친한파로 꼽히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3월 5일 테러를 당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에게 25cm 길이의 과도로 턱 부위를 공격당했다. 1월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의 중간 이름을 ‘세준’이라고 짓는 등 한국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수술 직후 “함께 갑시다”라는 말을 한국인에게 전해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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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김정원 하사(23)와 하재헌 하사(21)가 다리를 잃었고, 남북은 준전시상태라는 극한 대치를 벌였다. 군은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뒤 포격전으로 맞섰다. 북한은 48시간 최후통첩으로 위협했지만 남북은 43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북한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낸 ‘8·25 합의’로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
10월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20)가 한국인 최초로 쇼팽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예기치 않은 신드롬을 불렀다. 그의 콩쿠르 실황 앨범은 8만 장 넘게 팔렸고 내년 2월에 예정된 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앳된 외모와 절제된 언행이 호감을 샀고 부모의 극성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군 성과라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11월 14일 민노총 등이 주도한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가 쇠파이프와 벽돌이 난무하는 폭력시위로 변질되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채널A 생중계로 이 광경을 지켜본 국민은 분노했고, 불법 폭력시위 근절을 요구하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결국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조계사 은신 24일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 佛 파리테러 130명 사망… 전세계 IS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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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터키 해안가에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기가 싸늘한 주검으로 떠오르면서 유럽은 난민에게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무제한 수용 방침을 선언하자 수만 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난민 위기로 유럽에서 반(反)이민, 반이슬람, 국경 통제를 주장하는 극우정당이 득세했다.
내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선두 주자로 억만장자 부동산 업자이자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떠올랐다. 각종 막말에도 불구하고 백인 주류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를 받아온 그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주장해 논란의 정점에 섰다. 한국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13년을 끌어온 이란 핵협상이 7월 타결됐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할 실질적 수단을 확보했고, 이란은 경제회복의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윈윈’ 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는 이르면 내년 초에 해제될 예정이다. 이제 핵개발로 국제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국가는 북한만 남게 됐다.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 합의에 따라 7월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양국 대사관이 54년 만에 재개설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간 정상급 회동도 처음 이뤄졌다. 그러나 미국의 대(對)쿠바 금수조치가 아직 해제되지 않는 등 양국 간에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영국 독일 등 56개국이 참여하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6월 창설된 데 이어 중국 위안화가 11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이 결정됐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의 금융굴기가 본격화하면서 위안화와 미국 달러의 치열한 화폐전쟁이 예고된다.
8월 발표된 아베 담화는 일본 역사 수정주의의 결정체였다. 담화는 식민지배, 침략, 반성, 사죄 등 4개 키워드를 포함하긴 했으나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간접화법으로 책임 소재를 흐렸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혐한(嫌韓) 감정이 확산되면서 3월 도쿄 한국문화원 방화, 12월 주요코하마 총영사관 배설물 투척 사건이 잇따랐다.
독일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2009년부터 배기가스량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조작 차량이 세계적으로 최소 950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돼 미국에서 48만2000대를 비롯해 글로벌 리콜 사태가 벌어졌다. 폴크스바겐은 물론이고 독일 국가 이미지까지 크게 실추됐다.
■ 아웅산 수지, 53년만에 미얀마 군부독재 끝내
미얀마에서 53년 만에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민주화의 투사’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했다. 11월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제1야당인 NLD는 상·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해 평화적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NLD는 내년 초에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을 배출하고 단독으로 민주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 인공섬 강행 vs 군함순시… 美-中 남중국해 갈등 격화
9월 미군 구축함 라센함이 남중국해에서 중국 인공섬 근해를 항해하면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은 영해 침범이라며 반발했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맞섰다. 미국은 내년 1월 항해를 재개하고 중국은 인공섬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패권다툼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