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산업부
23일 서울에서 제주로 가던 승객 152명을 20분간 공포로 몰았던 제주항공. 이 회사에 사고 원인을 묻자 별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일을 겪은 승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방송에서 “지옥과 천당을 다녀왔다”, “무릎을 꿇고 찬물에 빠져 죽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해당 업체는 중대한 안전사고를 얼렁뚱땅 넘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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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상장한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의 ‘빅3’이자 저비용항공사(LCC)의 맏형이다. 설립 30년이 된 대기업 애경그룹의 주력 계열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비행기 고장 운항, 결함, 지연 등의 잇따른 악재로 주가는 하락하고 고객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여객기는 5일 태국 방콕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던 중 기체 결함으로 이륙한 지 2시간 만에 방콕으로 급히 돌아갔다. 20일에는 괌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내부 결함으로 15시간 지연 운항됐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일본 나리타행 여객기 승객의 짐 120개가 직원 실수로 일본 오키나와행 여객기에 잘못 실리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제주항공이 항공 사업의 안전과 내실을 다지기보다 성장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제주항공의 주가는 전날보다 2.1% 떨어졌다. 전날 문제가 된 항공기가 조사를 받으면서 대체 여객기가 없는 제주항공은 24일 제주행 여객기 총 16편을 최대 1시간 20분 지연 운항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지난해 국내 항공사 중 제주항공이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접수가 가장 많았던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상당수 LCC가 온갖 크고 작은 사고에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싼 비용에 이용하니 참으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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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산업부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