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문화계 되감아 보기]<5>공연계 이슈들
올해 클래식 분야에선 조성진 외에도 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우승 낭보가 잇따랐다. 세계 3대 콩쿠르인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바이올린 부문)의 임지영과 부소니 콩쿠르의 문지영은 한국인 최초 우승 기록을 세웠다. 발레 1세대인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10월 ‘오네긴’으로 국내 은퇴 무대를 가졌고,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는 여전히 흥행 저력을 과시했다(맨 위 왼쪽부터). 동아일보DB
조성진 신드롬이 거세게 분 한 해였다. 10월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은 뛰어난 연주 실력은 물론이고 앳되고 준수한 외모로 클래식 팬을 사로잡았다. 그의 콩쿠르 실황 앨범은 지금까지 8만2000여 장이 팔렸다. 유통사인 유니버설은 “10년간 유니버설이 국내에 낸 클래식 앨범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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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만큼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임지영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것 역시 쾌거였다. 또 1위 선정에 까다롭기로 이름난 이탈리아의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문지영은 어릴 적 가난으로 피아노도 갖지 못했던 어려움을 이겨낸 감동 사연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서울시향 내분 사태라는 우울한 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말 박현정 당시 대표가 직원에 대한 성추행과 언어폭력 의혹으로 물러난 뒤 박 전 대표와 직원 간의 고소전이 펼쳐졌다. 그 와중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항공료 부정 사용 등 업무상 횡령 의혹이 제기되자 정 감독이 사의를 내비쳐 파장이 일었다. 정 감독은 연초에 1년짜리 계약을 맺으면서 서울시향 전용 홀 마련과 예산 증액 등이 성사되지 않으면 추가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향과 정 감독은 협의 끝에 일단 내년 연주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으나 정식 계약은 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경찰은 박 전 대표를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성추행을 당했다는 직원을 무고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반전이 일어나는 등 여파가 계속 이어졌다.
무용계에선 해외 무용단에서 활약 중인 한국 출신 무용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4월에는 발레리노 김기민이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승급됐다.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인 발레리나 박세은도 2월 ‘백조의 호수’ 주역을 따낸 뒤 성공적 무대를 치렀다. 또 발레 무용수 1세대인 강수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국립발레단 예술감독)는 10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네긴’으로 국내 은퇴 무대를 가져 갈채를 받았다.
뮤지컬 시장에선 초연한 지 10주년, 20주년 된 작품이 많았다. 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 ‘베르테르’ 15주년, ‘맨 오브 라만차’ 10주년, ‘빨래’ 10주년, ‘사랑은 비를 타고’ 10주년 등이었다. 뮤지컬이 2000년대 초반 막 활성화될 때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작품들이 롱런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창작 뮤지컬 중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는 초연 무대였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다시 올라 흥행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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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는 올해가 상실의 시대였다. 70∼15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이 줄줄이 폐관됐다.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4월에, 40년 역사의 첫 민간 소극장 삼일로창고극장이 10월에 문을 닫았다. 앞서 1월에는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도 폐관했다.
서정보 suhchoi@donga.com·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