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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장’ 히딩크… 불난 집 첼시 살릴까

입력 | 2015-12-21 03:00:00

모리뉴 후임으로 사령탑 전격 컴백… 2009년에도 넉달 맡아 3위 올려놔
구단주 SOS에 남은 시즌만 맡기로




거스 히딩크 감독(69)이 난파 위기에 놓인 첼시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스탬퍼드브리지(첼시의 안방구장) 사령탑에 앉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 구단은 19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조제 모리뉴 감독의 후임으로 히딩크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선수들과의 불화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17일 모리뉴 감독과 계약을 해지한 지 48시간이 채 안 돼 내놓은 신속한 후임 결정이다. 히딩크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15∼2016시즌이 끝나는 내년 5월까지다.

첼시 구단주이자 러시아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9)가 히딩크 감독에게 구원 요청을 한 것은 히딩크 감독이 2009년 보여준 단기 속성 지도력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과 친분이 각별한 아브라모비치는 2008∼2009시즌이던 2009년 2월 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67)을 경질하고 히딩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당시 러시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히딩크 감독은 4개월 동안 첼시 감독을 겸임하며 EPL 13경기에서 80%가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당시 첼시는 3위로 시즌을 마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히딩크 감독은 또 첼시를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정상에도 올려놓았다.

2006년 히딩크를 러시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앉힌 사람도 사실상 아브라모비치다. 당시 러시아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의 높은 몸값 때문에 선임을 망설였지만 아브라모비치가 연봉과 전용기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해 히딩크 감독을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

첼시 구단 내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아브라모비치는 “2009년 마법 같은 지도력으로 우리 팀에 FA컵을 안긴 히딩크 감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는 “그동안 100% 발휘되지 못했던 우리 선수들의 능력을 (히딩크 감독이) 잘 이끌어 낼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첼시는 20일 현재 이번 시즌 15위(승점 18)로 강등권인 18위(승점 14)와 승점 차가 4점밖에 나지 않는다.

구단주의 총애에도 히딩크 감독이 첼시와 장기 계약을 맺지 않은 건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4개월 단기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첼시 구단은 재계약을 희망했지만 히딩크 감독이 원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클럽팀 감독으로는 PSV 에인트호번 시절을 빼면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9년 이후로는 러시아와 터키, 네덜란드 등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도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유럽 축구 시즌이 한창인 상황에서 클럽 명성에 걸맞은 지도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첼시의 구단주 아브라모비치가 내민 손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히딩크 감독이 선택한 것은 그래서 단기 계약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첼시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제 위치에 있지 않다. 이번 시즌 안에 모든 것을 제자리에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두 번째 첼시 사령탑 부임 소감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이 200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첼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