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방형 병원의 명과 암]<上>예상 효과와 의료의 質
“제주도에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병원이 생기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중국인 후안 왕 씨(35)는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서귀포는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영어교육 시설까지 풍부해 휴양과 교육을 겸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왕 씨는 “제주도는 그동안 중국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부족했다”며 “2017년 중국계 병원이 생기면 중국인들이 더 좋은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중국계 외국인 병원이 들어서면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국내에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과 관광객들에게 ‘한국은 안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이는 한국행을 망설였던 중국인 관광객과 환자들의 제주행을 결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에 편중된 제주도 내 의료관광객이 서귀포로 분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제주도가 이 병원을 통해서만 연간 1만 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의료계에 남아 있던 ‘한국은 의료법 규제가 심해 진출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도 줄어 앞으로 다른 경제자유지역의 외국병원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투자개방형 병원 중장기 마스터플랜 필요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이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녹지국제병원은 진료과목이 4개(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로 47병상의 소형병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인이 이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방문객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지국제병원 하나만으로는 국내 의료비가 오르고 건강보험 체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 의료 안전 관리 사각지대 우려
또 투자개방형 병원이 과연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도 우려된다. 국내 병원들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진료비 심사를 통해 적절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개방형 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하기 때문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과 같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진료 적절성에 대한 관리는 중앙 정부가 아닌 제주도 소관이라 관리망이 허술한 편이다. 김건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투자개방형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나갈 때 중앙의 심평원 인력이 동행하는 등의 보완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의사 진료 세부 허가기준 필요
녹지국제병원은 최대한 한국 의사를 중용해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주 인력은 한국인 의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의사들이 국내에 들어와도 한국 의사의 보조 역할밖에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