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강명관 지음/347쪽·1만8000원/휴머니스트
이 책은 조선사회가 18∼19세기 중국을 통해 받아들인 서양 문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안경과 자명종, 유리거울, 망원경의 입수 경로를 일일이 추적해 당시 조선사회의 지적 흐름을 들여다보는 미시사적 접근을 하고 있다.
저자는 세도정치와 성리학에 갇힌 당시 조선사회가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을 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으며, 특히 기기의 이면에 놓인 작동 원리에 철저히 무관심했음을 지적한다. 예컨대 조선시대가 끝날 때까지 유리나 망원경 제작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서양에서 망원경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낳거나, 시계가 노동 시간의 상품화로 이어진 현상들이 조선에서는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었지만 이것이 커다란 사회 변동을 가져오지 못한 사실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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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극소수의 경화세족에만 권력이 집중된 조선후기 사회구조다. 폐쇄적인 당시 사회체제에서 지식인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도 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연과학과 기술을 천시한 성리학 중심의 학문적 위계질서도 영향을 끼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