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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적금 부어주는 中企… “5년 근무땐 3억”

입력 | 2015-12-18 03:00:00

‘내일채움공제’ 1만명 돌파 기념식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서울시티클럽에서 인재육성 모범 기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지정 및 내일채움공제 1만 명 돌파 기념식’을 열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정부, 기업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 고양시의 건과일 판매 중소기업 ‘테일러팜스’는 국내 실무를 총괄하는 이원석 이사(46)를 지난해 ‘내일채움공제’에 가입시켰다. 내일채움공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매월 일정액을 5년 이상 적립하면 복리이자를 더한 총액을 근로자에게 주는 제도다. 현재 이 이사는 매달 100만 원을, 테일러팜스는 300만 원을 적립하고 있다. 적립 기간 5년을 채우면 이 이사는 3억여 원의 목돈을 받을 수 있다. 회사가 일종의 적금을 부어준 셈이다. 장기수 테일러팜스 대표는 “이렇게 해서라도 계속 회사의 일원으로 두고 싶은 분”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해 8월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했다. 중소기업 핵심 인력 근로자의 잦은 이직을 예방하고 장기 재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제도에 가입한 사람은 지난달을 기준으로 1만411명으로, 15개월 만에 1만 명을 넘어섰다. 중기청과 중진공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서울시티클럽 컨벤션룸에서 ‘2015년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지정 및 내일채움공제 1만 명 돌파 기념식’을 열었다.

○ 핵심 인력 이직 방지 효과 높아

이날 기념식에서 사례 발표를 맡은 사출성형기 제조업체 동신유압은 직원 159명 중 40명을 내일채움공제에 가입시켰다. 직원들은 자체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제도에 가입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이경애 대리(32·여)도 지난해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해 매달 본인이 11만 원, 회사가 23만 원을 적립하고 있다. 5년을 채우면 그는 약 2000만 원을 받는다.

동신유압에서는 직원들이 매년 스스로 목표를 세운 뒤 실행해야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유지해준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해지한다. 이 대리는 ‘컴퓨터그래픽스 운용기능사’ 자격 취득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김병구 동신유압 대표이사는 “인재를 키우려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공부를 해야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유지해주니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돼서 직원들 사이에 공부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내일채움공제는 핵심 인력의 이탈로 골머리를 앓던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진공의 의뢰를 받아 내일채움공제에 참여한 중소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2014년)에 따르면 기업 3곳 중 1곳(34.5%)은 최근 3년간 중요 업무를 담당하던 핵심 인력이 경쟁업체 등으로 이직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의 92.5%는 내일채움공제가 핵심 인력의 이탈 방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 우수인재 키워 근무 만족도 ‘쑥쑥’

중기청은 이날 기념식에서 ‘2015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을 지정해 지정서와 현판도 전달했다.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은 인재육성 투자, 신규 우수인재 확보 노력, 인재육성 인프라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지난해 처음 100개사를 선정한 뒤 올해엔 150개사를 지정했다.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으로 지정되면 정부 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받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의 인재육성 인프라는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다. 올해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으로 지정된 온라인 교육 서비스 업체 ‘휴넷’은 하루에 1시간 이상씩 공부해 1년에 365학점을 이수하는 ‘365 학점이수제’를 운영하며 각종 교육을 무상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이 원하는 책은 언제든지 구매해 사내에 비치해주는 ‘사내 도서 무한지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외부 명사를 초빙해 ‘혁신아카데미’ 특강도 진행하고 있다.

휴넷은 직원들이 5년간 근속하면 연차와 별도로 1개월의 유급휴가를 보내준다. 지금까지 60명 이상이 제도를 이용했다. 또 매년 두 번은 전사 워크숍을 진행해 회사의 경영 상황과 전략을 공유한다. 최용현 휴넷 선임(34)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다 보니 주인의식이 높아지고, 학습을 지원받으니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인재육성형 기업과 내일채움공제 참여 기업 등 인재양성과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업체당 5억 원의 정책자금을 신설하고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2017년까지 1000개의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공동 채용박람회를 개최해 청년층에게는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에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줄 계획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