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안드레 에밋(가운데)이 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원정경기 도중 이승현(오른쪽)과 장재석의 집중 수비를 받고 있다. 매 경기 에밋의 ‘원맨쇼’가 펼쳐지고 있지만, 그의 개인플레이 비중이 높아질수록 KCC 국내선수들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DB
KCC의 에밋 몰아주기는 ‘양날의 검’
에밋, 4라운드 3경기 연속 30점-10R 맹위
KCC는 3연패 수렁…‘원맨쇼’ 한계 노출
김효범·김태술 등 국내선수 활용 아쉬워
남자프로농구 KCC 관계자들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안드레 에밋(33·191㎝) 때문이었다. 시즌 개막 이후 에밋은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 먹으면 한 골’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리그 적응력이 높아져 득점은 더 상승하고 있다.
● 원맨팀, 동료들은 재미없다?
이는 피트 마이클(은퇴)이 뛰었던 2006~2007시즌의 오리온스(현 오리온)를 연상케 한다. 마이클은 ‘역대급’ 득점력을 과시하며 경기당 35.1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는 KBL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평균득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마이클의 ‘역대급 원맨쇼’에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동료들의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오리온스의 포인트가드였던 김승현(은퇴)은 “마이클이 농구를 잘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가 없었던 시즌이었다. 마이클이 혼자 다 하니깐 국내선수들은 할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던 김승현이 이렇게 표현할 정도니, 다른 국내선수들의 허탈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 KCC의 키워드는 ‘공존’
KCC는 에밋의 원맨팀이 되기에는 멤버가 아깝다. 전태풍, 김효범, 김태술, 하승진이 포진해 있으며 시즌 초 ‘블루 컬러 워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태홍, 정희재 등도 있다. 실제로 KCC는 ‘에밋 몰아주기’보다 국내선수들이 볼을 공유하는 경기에서 많은 승리를 챙겼다. 최근 3연패 직전까지 4연승을 달렸는데, 이 때 KCC의 평균 팀 어시스트는 20개였다. 반면 최근 3연패 동안에는 팀 어시스트가 평균 11.7개에 그쳤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KCC가 무서운 것은 에밋의 득점에 김태술의 어시스트와 김효범의 외곽슛이 더해질 때다. 김태술, 김효범이 잘하는 경기에선 지역방어를 쓰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태술, 김효범이 마냥 서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KCC는 에밋이 30점 이상 넣은 경기에선 2승5패에 머물렀지만, 김효범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때는 11승5패, 김태술이 5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경기에선 4승1패로 성적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