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챙긴 ‘먹튀 여행사’ 피해 속출… “몰디브 등 싼값 신혼여행” 유인 현지 가보니 호텔비 결제 안돼… 항공권 취소로 아예 출국 못하기도
그러나 항공권과 각종 일정표 등을 전해주기로 한 여행사 직원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항공권 발권 부스에서도 부부 이름으로 예약된 항공권이 없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괌 현지 숙소에 연락해 보니 “당신 명의의 숙박 예약이 오늘 갑자기 취소됐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김 씨 부부는 괌이 아닌 신혼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 씨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겐 창피해서 말하지도 못했다. 나한테 여행상품 예약을 맡겼던 남편에게 미안해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근 김 씨처럼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를 대상으로 한 사기가 늘고 있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신혼여행 상품을 싼값에 내놓고는 여행사가 돈만 챙겨 잠적해 버리는 식이다. 사기 여행사들은 예비부부가 결혼 준비로 바쁘다 보니 항공권, 숙소 예약 등 진행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하지만 결혼식 다음 날 공항에 도착해 보니 이 씨 이름으로 예약된 항공권은 없었다. 여행사에 전화를 해보니 N여행사 대표는 “절차상 오류가 있었던 것”이라며 편도 티켓을 끊어줬다. 이 씨는 “우선 출발하면 돌아오는 티켓도 바로 끊어서 보내주겠다”고 해 다소 찜찜했지만 일단 여행지로 떠났다.
더 황당한 일은 현지에서 일어났다. 현지 숙소 직원이 이 씨에게 “N여행사 대표가 숙박비를 결제하지 않은 채 잠적해 버려 숙박비를 받지 못했다”며 “숙박료 270만 원을 내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이 씨는 현지에서 숙박비를 낸 뒤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3박 6일짜리 몰디브 여행상품 2명분을 520만 원에 구매한 김모 씨(33·여)도 N여행사에서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김 씨는 출국 당일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하려다 자신의 비행기표가 출국 나흘 전에 취소됐다는 얘기를 듣고 망연자실했다.
서울시관광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신혼여행 관련 피해 접수는 200여 건. 특히 N여행사 관련 신고가 이 중 44건에 이른다. N여행사 관련 피해자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여행 당일 N여행사와 연락이 되지 않아 결국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입금 후 대표가 잠적해 버리는 바람에 다른 여행사와 계약하느라 돈이 두 배로 들었다’ 등의 다양한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박창규 kyu@donga.com·강성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