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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청수합창단-전광교향악악단을 영어로 번역하면…

입력 | 2015-12-14 03:00:00

2015년 12월 13일 일요일 맑음. 청수합창단.
#187 Jeff Lynn’s ELO ‘When I Was a Boy’ (2015년)




제프 린스 ELO의 새 앨범 ‘Alone in the Universe’ 표지.

‘청수합창단(淸水合唱團).’

한국수자원공사의 사내 합창단 이름이 아니다. ‘전광교향악악단(電光交響樂樂團)’.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오케스트라 동아리 명칭이 아니다. 전자는 ‘Proud Mary’로 잘 알려진 미국 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CR), 후자는 ‘Last Train to London’으로 이름난 영국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O)의 대만식 호칭이다.

그쪽 진출을 꿈꾸는 밴드라면 멤버들의 화음 참여 여부를 떠나 합창단으로 불릴 각오를 해야 한다. 퀸, 너바나, 도어스도 각각 ‘황후합창단(皇后合唱團)’ ‘초탈합창단(超脫合唱團)’ ‘문호합창단(門戶合唱團)’이라고 병기된다.

비틀스와 핑크플로이드는 뜻보다 원어 발음이 앞서니 특급 대우다. 전자는 ‘피두사합창단(披頭四合唱團)’, 후자는 합창단 신세까지 면한 ‘평극불락이덕(平克佛洛伊德)’. 콜드플레이는 악단으로 추대된다. ‘혹완악단(酷玩樂團·이상 한국식 한자 발음).’ 혹독한 놀이 악단 정도.

전설의 팀들, 그러니까 황후합창단과 초탈합창단, 전광교향악악단과 혹완악단, 평극불락이덕 관련 신작이 약속한 듯 나왔다.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의 초기 습작과 미공개 시험녹음을 모은 ‘Montage of Heck: The Home Recordings’는 코베인의 모든 걸 사랑하는 팬이라도 다른 음반 다 산 뒤에나 구입할 음반이다. 방구석에 앉아 기타 들고 흥얼대는 코베인마저 소장하고픈 초탈 경지에 이르면…. 핑크플로이드의 전 멤버 로저 워터스의 실황앨범 ‘Roger Waters: The Wall’, ‘혹완악단’의 7집 ‘A Head Full of Dreams’는 다행히 혹독한 음반이 아니다.

ELO(정확히는 Jeff Lynne’s ELO)는 14년 만의 신작 ‘Alone in the Universe’로 돌아왔다. 리더 제프 린 혼자 보컬, 기타, 건반, 베이스, 드럼을 오가며 고군분투한 이 앨범은 첫 곡 ‘When I Was a Boy’부터 비틀스 같은 선율의 풍미를 쏟아내는 수작이다. 거의 매년 온갖 모음집과 미공개 녹음을 쏟아내 비틀스와 함께 대표적인 ‘사골’ 합창단으로 꼽히는 퀸은 또 한 장의 실황음반(‘A Night at the Odeon: Hammersmith 1975’)을 추가했다. 사골에서도 황후의 품격이 느껴지는 맹렬 라이브다.

악단의 시대, 합창단의 시절은 계속된다. 비장한 이름과 함께.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