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인 전문박물관 승격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경북 경주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 전시된 1896년 조선인 미국 유학생의 소리가 담긴 음반(왼쪽)과 20세기 초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에디슨 축음기 음반. 경주=임희윤 기자 imi@donga.com
3일 오후 찾은 박물관은 보문관광단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층당 1000m²) 규모로 우뚝 서 있었다.
1층 카페와 소공연장, 로비에 전시된 기타로 된 탑을 지나쳤다. 밟으면 ‘도, 레, 미’ 소리 나는 건반식 계단을 오르자 박물관의 심장인 2층 전시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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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상업음반인 1907년 경기민요 ‘다졍가’ 레코드도 여기 있다. ‘아비럼컬’(레코드사 이름인 컬럼비아를 옛날식으로 거꾸로 쓴 것) 네 글자가 표지에 선명하다. 이미자가 데뷔 곡 ‘열아홉 순정’(1959년)보다 앞서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성기 음반도 이곳 소장품. 나훈아, 남진, 신중현, 조용필의 희귀·최초 음반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 LP레코드까지 볼거리가 다채롭다.
박물관 3층 창고에는 내년부터 전시할 서울 장충스튜디오의 기자재가 보관돼 있었다. 장충스튜디오는 1960년 서울 장충동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스튜디오로 이미자, 조용필, 김건모 앨범 등 가요사를 바꾼 음반의 산실이다. 1960, 70년대 녹음과 레코드 제작 장비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박물관은 요즘 개관 1주년 기념 업그레이드 작업에 바쁘다. 현재 2층 한쪽 벽은 2007년 한 매체에서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LP레코드로 빼곡하다.
고종석 사무국장은 “명반 목록에 1970년대 이전 것들이 대거 빠져 있어 아쉽다. 내년에 전문가에게 의뢰해 박물관이 자체 100대 명반을 재선정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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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오디오관은 이곳 관람의 인상 깊은 대단원을 이룬다. 1936년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사가 제조한 미로포닉 사운드 스피커가 있다. 고 국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을 찾은 일본인 오디오 마니아들이 기계에 절부터 한다”는 스피커다. 히틀러가 선전포고에 쓴 것을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라는 1950년 동독제 RFT 캐피톨 스피커를 통해 킹 크림슨의 ‘Epitaph’를 재생했다. 멜로트론과 오르간의 크레셴도가 독일 전차처럼 고막으로 진군했다. 관람객 누구나 음반을 가져오면 이들 스피커로 들어볼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전경.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제공
경주=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