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호가 8일 서울 서초구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데뷔 12년 만에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뒤 수상소감을 밝히는 한편 예비 신부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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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12년만에 유격수 부문 수상
롯데 김대우 사촌동생과 이번주 결혼식
예비신부 참석한 자리서 “행복하게 살자”
2006년의 어느 날. 김혜영(30) 씨는 야구선수인 사촌오빠 김대우(롯데)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혜영아, 지금 남자친구 없지? 내가 좋은 사람 한 명 소개시켜줄게. 나 믿고 한 번 만나봐.” 상무야구단에서 함께 군복무 중인 동료 야구선수라고 했다. 워낙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이라 망설여졌지만, 사촌오빠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물이니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깊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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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위에 오른 김재호(30)는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객석에 앉은 여자친구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번 주 토요일(12일)에 결혼식을 올리는데 아직 프러포즈를 못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예비 신부가 와 있어서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말 사랑한다. 너를 만나고 나서 이런 상을 받은 것 같아 무척 행복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행복하게 잘 살자.” 예기치 못한 프러포즈에 장내에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객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김 씨도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김재호는 시상식을 앞두고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 그래서 더 긴장이 많이 된다”고 털어놓았던 터. 유난히 좋은 일이 많았던 한 해, 결혼을 결정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복이 쏟아져 들어왔다. 시즌 성적이 좋았고,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으며, 처음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대회에 나갔다가 또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돌아왔다. 김재호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일이 너무 많아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떨떨했다”며 “나도 이런 시상식이 처음이고 예비 신부도 처음이라, 꼭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백년가약을 딱 나흘 앞둔 이날, 거짓말처럼 올해의 마지막 소망마저 이뤄졌다.
김 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알아오면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매번 느꼈다. 성실하고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라 결혼을 결심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며 “올해 예비 신랑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잠실에서 직접 지켜봤을 때도 그랬고, 오늘 이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감격해했다. 그렇게 말하는 김 씨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는 무거운 황금장갑을 두 손으로 떠받친 김재호가 언제나 그랬듯 평온한 미소와 함께 서 있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