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청년일자리 창출”… 거짓말로 표를 훔쳤던 정치권 다시 돌아오는 선거의 계절… 이번엔 또 어떤 사기를 칠지 삼포세대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을 시대의 희생물로 잡아두고 있는 기성세대 향해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권영민 문학평론가 단국대 석좌교수
요즘 젊은이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처럼 사회의 한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우리네 일만이 아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에서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현실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고 무기력에 빠져버린 젊은이들을 ‘사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각박한 현실을 풍자하듯 이런저런 방식으로 이름을 짓고 그럴듯한 사설을 달고 있지만 젊은이들을 주눅 들게 하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다. 이런 자기 비하를 스스로 견디어 내는 우리 젊은이들이 참으로 딱하다.
사실 우리 사회의 ‘삼포세대’는 기성세대가 자초한 엄청난 수렁 속에 빠져 있다. 젊은이들에게 시대의 고통을 모조리 전가해 버린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키운 기성세대라는 말이다. 힘들게 살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이들을 모두 대학으로 밀어올린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된 욕심이었다. 취직시험 공부나 잘하라면서 사회 정치적 담론의 공간에서 이들을 완전히 몰아내어 버린 것도 기성세대의 현실주의적 타협이었다. 그러고는 자기네들 입맛에 맞게 말 잘 듣는 ‘양순한 아들딸’로 사육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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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청년층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미래의 한국 사회를 새롭게 창조해 나아갈 이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시대에 대한 거역이다.
한국 사회의 발전과정을 보면 역사적 전환기에는 언제나 청년층이 앞장서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학생혁명을 이끌었던 것도 젊은 대학생들이었다. 시련과 고통 속에서 투쟁으로 일구어낸 민주화운동도 모두 젊은이들의 용기와 실천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은 청년층에서 찾아야만 한다. 오늘의 젊은이들이 꿈을 상실한 채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고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비하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입을 다문 채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절망에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일어설 수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미래의 주역들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자기 삶에 대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어떻게 사회를 떠맡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이제 다시 선거철이 다가온다. 저성장과 불평등의 현실을 팽개친 채 민생경제를 말로만 생색내던 정치꾼들이 권력 잡기에 혈안이 되어 큰판 싸움을 펼칠 것이다. 정파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저들이 또 청년층을 향하여 무슨 거짓말을 둘러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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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문학평론가 단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