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파도 뚫고 쇠창살과 맞서 사투
2일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쪽 90km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향해 해양경비안전본부 3009함이 퇴거를 명령하며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위쪽 사진). 약 2m의 쇠꼬챙이(점선)를 촘촘히 두른 중국 어선이 거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불법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 신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일 오후 전남 목포항에서 7시간을 달려 도착한 가거도 북서쪽 90km 해역. 거친 파도 사이로 중국 어선이 하나둘 포착됐다. 짙은 안개가 걷히자 어선 숫자는 200여 척으로 늘어났다. 절반가량의 어선에는 가로 세로 약 1m 크기의 녹색 표지판이 달려 있었다. 정상적인 조업 허가를 받은 어선이다. 표지판이 없는 어선은 모두 불법 조업 중이다.
평소 같으면 곧바로 고속단정(고무보트)을 출동시켜야 하지만 높은 파도 때문에 불가능했다. 할 수 있는 건 경고방송뿐. 하지만 중국 어선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비함이 300m 앞까지 접근하자 그제야 어선들은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부함장인 전정식 경감(38)은 “최근 중국 어선들은 겨울철에 기상이 나쁘면 단속이 어렵다는 걸 알고 더 활개 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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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불법 조업 단속은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단속반원은 눈보라, 거친 파도와 싸우며 죽창과 쇠꼬챙이 가스통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에 대응해야 한다. 함정 경력 3년차인 유창진 순경(32)은 “배 한 척을 나포해 끌고 오는 데 다른 어선 3대가 우리 고속단정을 집단 공격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 어선 단속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본보 박성민 기자가 해경 대원이 실전에 사용하는 6연발 다목적 발사기 등 보호·진압장비들을 직접 착용하고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하지만 최근 중국 어선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기동전단이 결정적이었다. 1000t급 이상 경비정 4대를 해상에 16km 간격으로 배치해 합동 단속을 펼치자 선단을 이뤄 집단으로 저항하던 중국 어선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기동전단은 출범 1년 만에 중국 어선 168척을 단속했다. 조성철 서해 해양경비안전본부 기동전단장은 “과거에는 대규모 특별단속을 벌이면 이 기간만 피해 조업하는 불법 어선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며 “불법 조업 행태가 갈수록 진화하는 만큼 단속 강화를 위한 함정과 인력 보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안=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