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감산 불발, 저유가 장기화 예상 회원국간 이해갈려 합의 실패… WTI 배럴당 39.97달러 마감 러시아-브라질 등 재정 압박 가중… 사우디 투자자, 국내서 3兆 회수
○ “배럴당 20달러 선 하락도 가능”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정례 각료회의에 참석한 압둘라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내년에 이란이 시장에 원유를 얼마나 더 내놓을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수치화된 (감산 목표량)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OPEC 회원국인 이란은 7월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원유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광고 로드중
OPEC 회원국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자 공급 과잉 우려도 커졌다. OPEC의 공식 목표 생산량은 하루 3000만 배럴이지만 실제 하루 평균 생산량은 3150만 배럴 정도다. 여기에다 제재가 풀린 이란이 내년부터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을 추가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IB)들은 원유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7% 떨어진 배럴당 39.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92% 내린 배럴당 43.00달러에 거래됐다.
저유가로 산유국들의 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 브라질 등은 원유 수출 부진으로 통화가치가 추락하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원유 감산에 부정적인 사우디도 예외가 아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사우디는 수출 부진으로 올해 1, 2분기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고정환율제 아래 추락하는 통화가치를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은 전년 대비 8.9% 감소했다.
광고 로드중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외국인 보유 주식자금 중 사우디계 자금은 3%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금처럼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 자금 유출이 계속되면 증시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