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국회, 4류 국회… 포퓰리즘 국회, 갑질 국회 의정 활동 엉망으로 해도 선거만 나가면 당선되니, 주인인 국민을 우습게 알아 온정주의 ‘묻지마 투표’는 그만 2016년 총선서 가차없는 심판으로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김형준 객원논설위원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국회가 이런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하며 갈등을 조정해 정치 체제의 안정과 유지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한국 국회는 ‘청개구리 국회’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 한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맨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하는 위선자”라고 비판했겠는가.
박 대통령의 독설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분명 한국 국회는 치유 불능의 깊은 병에 걸려 있다. 국회가 법을 제정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 법이 가져올 효과와 파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꼭 필요한 시점에 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법 제정 시기를 놓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효과도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를 계기로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14년째 낮잠만 자고 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
국회가 치욕적인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싸가지 없는 갑(甲)질 논란과 총선에서 표만을 의식해 원칙을 저버리고 너무나 쉽게 포퓰리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의원회관에 카드 결제기를 놓고 산하기관으로부터 책값을 수금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에 딸 취업을 청탁하고,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탈락하자 학교로 찾아가 구제를 요구한 의원도 있었다. 이 의원들의 갑질 행태는 도덕성 문제를 넘어 법 위반 여부까지 따져봐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국회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기업의 팔을 비틀어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모두 1조 원을 모아 피해 농어촌 지원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말이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이지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왜 대한민국 국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함량 미달의 의원이 많고 국회의 규칙과 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 이유는 의원들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정 활동을 잘못해도 총선에 나가기만 하면 당선되는데 어떻게 옥석이 가려지겠는가. 어떤 지역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고 선거의 여왕이 나타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면 판세가 뒤바뀐다.
단언컨대, 의원들에 대한 혐오와 분노만으로는 국회를 바꿀 수 없다. 국회를 바로잡아 국회답게 만들려면 국민이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온정주의와 감성에 치우친 ‘묻지 마 투표’에서 벗어나 국민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회를 파괴하고 국회를 욕보이는 데 앞장섰던 ‘칠적(七賊) 의원’들에 대해선 가차 없는 심판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한 사람, 법안 하나 제대로 발의하지 못한 사람, 국회 절차와 규칙을 무시하면서 돌출 행동을 일삼았던 사람, 갑질 하고 막말한 사람, 실력 없이 권력에 줄서고 아첨한 사람, 부패와 성희롱에 연루되었던 사람, 폭력 시위에 참여해 선동에 앞장섰던 사람들에 대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워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을 우롱하고 걸핏하면 파행을 일삼는 국회의 버르장머리도 고쳐질 것이다. 내년 총선이 이런 응징 투표의 시금석이 되길 기대한다.
김형준 객원논설위원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