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경제부
이 한 줄만 보면 1980년대 취업에 여러 차례 실패하며 졸업을 미룬 ‘취업 장수생’의 이력서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9년이 걸렸으니 장수생 중에서도 꽤 고참일 듯합니다. 게다가 공고를 졸업한 뒤에 행정학과에 진학한 이력도 특이합니다.
이 이력의 주인공은 지난달 25일 임명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57)입니다. 최 차관은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대학에 5년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기술전문 고등학교 ‘금오공고 1기’ 졸업생입니다. 학교 방침에 따라 졸업 후 5년간 기술하사관으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입니다. 최 차관은 “친구들이 대학 신입생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때 부산의 한 부대에서 차량을 수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제대를 하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던 불안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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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수험생활’ 끝에 1981년 제대와 동시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남들보다 5년이 늦었다는 생각에 곧바로 행정고시 준비에 몰입했고 그 결과 4학년 때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관료로 일하면서도 승진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연말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에, 승진에 줄줄이 미끄러져 스스로 ‘지각 인생’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최 차관은 말합니다. “결승선이란 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개라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결승선을 바라보세요. 다른 사람의 결승선을 바라보며 불행하다고 자책만 할 일이 아닙니다.”
조은아·경제부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