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재단 컬렉션展
위쪽부터 파블로 피카소의 유채화 ‘여인의 흉상: 도라 마르’(1941년), 프랜시스 베이컨의 석판화 ‘앉아있는 인물’(1983년), 마르크 샤갈의 유채화 ‘밤의 카니발’(1979년), 페르낭 레제의 유채화 ‘곡예사와 음악가들’(1945년). 미술관의 입지는 컬렉션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전시 전반에 기이한 역동성이 넘친다. 예술의전당 제공
2005년 설립된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재단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미술갤러리, 크루스디에스 디자인 판화 미술관 등 14개 주요 전시주체를 총괄 관리한다. 유명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중점적으로 수집해온 정부 주도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재단 소속 미술관 소장품이 2만 점을 넘는다. 그 가운데 거장 20명의 작품 100점을 추려 서울로 가져왔다. 글라디스 유네스 유네스 베네수엘라 국립미술관 큐레이터는 “현실을 재현하는 체계, 미학적 현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20세기 예술의 다양한 담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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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발을 무엇보다 오래 붙잡는 건 중반부의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자화상’(제작연도 미상)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1981년) 등 인체를 비틀어 쪼개 재조합한 기괴한 석판화가 그득하다.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세면대를 붙잡고 있는 인물’(1976년)은 유채화와 석판화를 함께 선보인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데생이 어색함 없이 이어진다.
사랑스러운 질감과 주제의 석판화들 사이에 걸린 마르크 샤갈의 폭신한 유채화 ‘밤의 카니발’(1979년),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으로 친숙한 피터르 몬드리안의 구상화 ‘무제’(제작연도 미상),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유쾌한 석판화 연작 ‘카페-콘서트’(1893년), 베네수엘라 조각가 헤수스 라파엘 소토의 추상설치작품 ‘붉은 중앙의 테스’(1973년)도 눈길을 끈다. 대충 훑어보고 지나칠 작품이 드물다. ‘Form’ ‘Nature’ ‘Body’ 등 6개 주제어로 구분한 전시공간도 어수선함 없이 제각각 안정적인 완결성을 보여준다. 02-580-13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