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다음 달 11일 개성공단지구에서 차관급 회담을 열어 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을 논의하기로 그제 실무접촉에서 합의했다. ‘당국 회담을 평양 또는 서울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키로 한 8·25합의의 후속 조치지만 회담 대표의 격도 낮고, 장소도 당초 합의와 달라 실망스럽다.
당국 간 회담이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이 된 것은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논쟁을 피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과거 남북대화에서 북은 우리보다 급이 낮은 인물을 동급이라고 우기며 대표로 내세웠고 우리는 판을 깨지 않으려고 그런 억지를 수용했다. 회담의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 권한과 책임이 작은 북 대표와의 회담에선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우리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북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각각 당국 회담의 중점 의제로 제안했다. 현금을 챙길 수 있는 사안부터 논의하자는 북의 속셈이 뻔하다. 북이 도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일방적 퍼주기는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